“얘들아, 출발하기 전에 코로나 검사받고 내려오너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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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쓰는 우리 예절 2021 新禮記]〈3〉 코로나시대 한가위 ‘방역 예법’
초기 접종 부모들 면역 떨어져… 돌파감염 위험, 항상 주의해야
부모님 뵐땐 가급적 시간 줄이고, 실내 환기 자주해야 방역 효과
휴게소 등 임시 선별진료소 설치… 증상 없어도 귀경길 선제적 검사를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이영혜 씨(36·여) 부부는 이번 추석 다섯 살 아들과 함께 경북 김천시와 부산에 있는 부모님 집을 차례로 방문한다. 올해 설에는 부부가 잠시 이산가족이 돼 각자 부모를 방문했다. 가족끼리라도 최대 4명씩만 모일 수 있어서다. 이번에는 최대 8명까지 모일 수 있어 세 가족의 ‘완전체’ 이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여전히 하루 평균 2000여 명에 이르는 확진자 수를 보면 조심스럽다. 이 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약국에서 자가진단키트를 4개 사놓았다”며 “고향에 가기 전날, 그리고 다녀온 뒤 남편과 한 번씩 검사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방역당국이 추석 연휴 전후 일주일(17∼23일) 동안 4단계 지역에서도 집에서 8명(기존 4명)까지 가족 모임을 할 수 있게 허용했다. 모임 허용 인원이 늘면서 이 씨처럼 고향 방문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이번 추석 연휴 기간 고향을 찾는 방문객은 약 3226만 명으로, 하루 평균 이동량(538만 명)은 올해 설보다 31.5%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모임 허용 인원 확대가 방역수칙을 소홀히 해도 된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것을 우려한다.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는 70일 이상 네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고, 서울에서는 15일 처음으로 하루 확진자가 800명을 넘긴 804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방역당국은 이번 추석 만남을 자제하고, 만나더라도 만나는 시간을 줄일 것을 당부하는 상황이다. 그래도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고향을 찾는다면 반드시 준수해야 할 방역 수칙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 모임 축소는 OK! 릴레이식 만남은 NO!


모임 참석자 수를 줄이는 것은 건강한 명절 나기의 첫걸음이다. 경기 시흥시에 사는 서현정 씨(50·여) 부부는 추석 연휴에 형제 ‘대표주자’로 선발돼 부모님이 사시는 전북 남원으로 간다. 명절마다 남편의 일곱 남매 가족이 북적이는 곳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남매들이 논의해 고향에서 부모님과 함께 차례를 지낼 대표주자를 선정한다.

이처럼 참석자 수를 줄여 명절을 간소하게 보내는 것은 좋지만, 간혹 모임 횟수를 늘려 접촉자 수를 늘리는 경우는 주의가 필요하다. 광주에 사는 이모 씨(25)는 이번 추석 전남 화순군에 사는 할머니 집을 방문한다. 이 씨뿐 아니라 18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이번 명절과 주말을 이용해 50여 명의 친척들이 번갈아 할머니를 찾아뵐 계획이다. 한 번에 만나는 인원만 8명 이하일 뿐, 50명의 친척들이 모두 본가의 할머니를 마주치는 셈이다. 최원석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추석 모임 참여자의 수를 제한한 만큼, 여러 사람이 작은 규모로 반복해서 만나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며 “이 경우 모임 참여자가 4명이든 8명이든 실제로 접촉하는 수는 많아질 수 있어 (감염 위험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고향 가기 전 진단검사, 선택 아닌 필수!


고향 방문 전 진단검사를 받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백신 도입 초기 접종을 한 70, 80대의 경우 추석 연휴쯤 면역이 떨어져 있을 수 있는 위험한 시기이다. 음성 확인 후 부모를 만나면 돌파 감염 가능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

기차나 비행기 등을 예약했다면, 혹시 차를 운전해서 갈 방법은 없는지 재고해보자. 사람들이 몰리는 철도역과 버스 정류장, 여객선 터미널, 공항 등은 감염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서울에 사는 진윤종 씨(57)는 이번 추석 KTX 대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직접 차를 운전해 전남에 있는 본가를 찾을 예정이다. 휴게소에 들러야 하는 일이 생겨도 식사는 피할 계획이다. 휴게소 식당에서 음식 포장이 가능하지만 이마저도 걱정이 돼 먹지 않기로 했다. 진 씨의 이 같은 결정은 정부의 방역수칙 권고 사항의 모범 사례라 볼 수 있다. 정부는 고향 방문 시 가급적 자차를 이용하고, 휴게소 체류 시간을 최소화할 것을 권고한다. 휴게소에도 방역 정보가 숨어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추석 연휴 기간에 각 휴게소 전방 1km 지점에 있는 전광 표지판에 휴게소 밀집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린다. 휴게소 주차장 상황에 따라 휴게소 밀집도가 ‘원활’ ‘혼잡’ ‘만석’으로 표시된다. 화장실이 급한 데 이번 휴게소가 혼잡 또는 만석이라면? 걱정할 것 없다. 표지판에는 다음 휴게소가 얼마나 남았는지, 그 휴게소의 혼잡 정도는 어떤지도 함께 나타낸다.

○ 추석 감염, ‘과학적으로’ 막아봅시다


서울에 사는 허정석 씨(34)는 명절마다 경기 안양시 본가에서 2박 3일을 보냈다. 이번에는 다르다. 추석 전날 저녁 본가를 방문해 다음 날 점심까지 있다가 서울로 돌아오는 일정으로 바꿨다. 허 씨는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줄면서 아쉬움이 크지만 부모님이 11개월 된 손자의 건강을 걱정해 머무는 시간을 줄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가족 간 만남의 시간을 줄이는 것은 과학적으로 방역 효과가 입증된 방법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연구 분석 결과에 따르면 모임 시간이 12시간일 때는 감염 위험이 60%에 이르렀지만, 4시간일 때는 35%로 줄었다.

환기를 자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같은 분석에서 여러 사람이 모여 있을 경우 12시간 동안 환기를 아예 하지 않을 경우의 감염 위험은 78%에 달했다. 그러나 30분마다 한 번씩 환기를 시키면 감염 위험은 60%까지 줄고, 10분으로 주기를 늘리면 42%까지 떨어졌다. 만약 만남 시간을 4시간으로 줄이고 환기도 10분마다 한다면? 감염 위험은 14%까지 확 낮아졌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 감염 중 가족감염의 비율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잦은 환기 여부와 만남 시간에 따라 감염 확률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모임 시간을 줄이는 것이 방역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추석 때 가족들이 모여 하는 성묘는 온라인으로 대신할 수 있다. 전국 최대 규모의 도심 장사시설인 인천가족공원은 추석 연휴인 18일부터 22일까지 화장장을 제외한 모든 시설의 운영을 중단한다. 대신 온라인 성묘 시스템만 운영한다. 성묘객은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비대면으로 차례를 지내고, 장사 시설을 둘러볼 수 있다.

○‘휴게소 선제 검사’로 안전한 귀경길


고향을 다녀온 뒤 발열 등 증상이 없더라도 출근 하루 전에는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추석 연휴 동안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만큼, 감염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연휴 후반부에는 쇼핑몰이나 영화관 등 다중이용시설로 사람들이 몰리기 쉽다. 귀경길 휴게소 등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 들러 검사를 하면 하루면 결과가 나온다. 음성으로 결과를 확인하면 마음 편히 일상에 복귀할 수 있다. 최 교수는 “정부가 추석 연휴 동안 가정 내 가족 모임을 최대 8명까지 허용한 건 일정 부분 방역 완화가 맞다”면서도 “그렇다고 추석에 이동하거나 사람을 만나는 활동이 안전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정부 방침으로 허용된 범위 내에서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방역은 적극적으로 따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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