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따돌림에 아들 40㎏…담임들 진실 숨겼다” 대구 고교생 유족 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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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9월 3일 11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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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고등학생이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가운데, 유족이 죽음의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하는 청원을 올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 뉴스1
대구에서 고등학생이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가운데, 유족이 죽음의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하는 청원을 올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 뉴스1
대구에서 고등학생이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가운데, 유족이 “아들이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며 죽음의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하는 청원을 올렸다.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집단 따돌림에 내 소중한 보물을 잃었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게재됐다.

청원인은 “지난 8월의 마지막 날 아침 소중한 제 보물인 17세 아들이 죽었다”면서 “우울증에 학교 가기 싫다고 말하며 10층 창밖으로 몸을 던졌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대구 북구에 있는 사립 중고등학교에 입학할 당시만 해도 기대감으로 마냥 밝기만 했던 아이가 어느 날부터 서서히 말이 없어지고 학교에 가기 싫어하게 됐다”며 “고등학교 생활의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들어내듯 172㎝에 40㎏을 겨우 넘는 몸이 됐다”고 설명했다.

아들의 변해가는 모습에 청원인은 학교에 도움을 요청했고, 위기관리위원회를 통해 문제의 원인을 알게 됐다. 알고 보니 아들은 약 1년 전인 중학교 3학년 때 집단 따돌림을 당했던 것.

청원인은 “아들이 괴로워하며 책상에 엎드려 있거나 울부짖는 아이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야유하는 학우들의 모습을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목격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상담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그는 “말로는 표현 못 할 수치감이 아이의 온몸을 채우고 있고, 우울 증상이 말기 암에 비교될 정도로 심해서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한다더라”며 “우울 상담 치료와 약물 치료를 하던 8월 말 아침, 아들은 차디찬 시체로 발견됐다”고 토로했다.

또 청원인은 “아이의 원만한 학교생활을 위해 중학교 3년 내내 시험감독으로 참가했던 제게 3년간의 담임선생님들 어느 누구도 아이의 상황을 얘기해 주지 않으셨다”면서 “저는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하는 줄 알고만 있었다”고 분노했다.

이어 “아이가 죽고 난 다음에 친구들의 집단 따돌림 사실이 밝혀져 아이가 느꼈을 수치심을 제가 몰랐다는 사실에 자책한다”면서도 “이를 숨기고 얘기해주지 않은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분노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청원인은 “아이의 죽음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친 이가 있다면 낱낱이 찾아내어 엄마, 아빠 없이 홀로 무서운 구천을 헤매고 있을 아이의 한을 풀어주고 싶다”면서 진실을 찾고 싶다고 호소했다.

앞서 대구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전 7시22분쯤 북구의 한 아파트 10층에서 고등학생 1학년 A군(17)이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경찰은 학교폭력이 의심된다는 유족의 신고에 따라 수사에 나설 예정이다.

한편 이 청원은 3일 오전 10시 45분 현재 1만2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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