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동 대한항공 땅, 옛 서울의료원 부지와 맞교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서울시-대한항공-LH 잠정 합의
감정평가 거쳐 11월 최종 확정

서울시와 대한항공,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한항공의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맞바꿀 시유지를 강남구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로 잠정 합의했다고 26일 밝혔다. 이곳을 두고 12년째 이어진 서울시와 대한항공 간 기나긴 갈등도 막을 내리게 됐다.

올 3월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정으로 LH가 대한항공으로부터 송현동 부지를 매수하면 서울시가 이에 상응하는 시유지를 LH에 제공해 맞교환한다는 내용의 조정서를 체결했다. 앞서 마포구 상암동 서부면허시험장 부지가 먼저 검토됐으나 지역사회의 반발로 무산됐다. 내달 14일 시 공유재산심의회에서 해당 안건을 심의하면 시는 LH와 소유권 이전 시기를 논의하고 감정평가를 거친 뒤 올 11월 시의회 의결을 통해 최종 교환계획을 체결하게 된다.

시 관계자는 “3자 협의에 따라 부지 면적은 감정평가를 통해 등가교환으로 확정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송현동 부지(3만6642m²)에 대한 감정평가액이 나오면 그 값에 상응하는 의료원 부지만을 LH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의료원 부지 가격이 송현동보다 높기 때문에 의료원 남측 부지의 일부만 LH에 넘어갈 예정이다. 용도 지역은 현행 준주거지역을 유지하기로 했으며, LH는 이곳 지상 연면적 20∼30%에 공동주택을 지을 계획이다.

경복궁과 헌법재판소 사이에 위치한 송현동 부지는 도심 한복판에 위치하면서도 24년간 공터로 머물러 ‘기구한 땅’이라고 불려 왔다. 조선시대에는 안평대군, 봉림대군의 사저가 있던 유서 깊은 땅이었으며 광복 이후에는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로 사용됐다. 1997년 삼성생명이 매입했지만 적절한 용처를 찾지 못했고 2008년 대한항공은 7성급 한옥호텔을 짓고자 이곳을 매입했다. 그러나 풍문여고, 덕성여중고가 인접해 있어 학교 주변에 관광호텔을 세울 수 없다는 학교보건법과 부딪혔고, 지구단위계획 변경 인허가권자인 서울시 또한 불허 방침을 밝히면서 갈등이 지속됐다. 이에 대한항공은 교육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불사하고 위헌심판제청까지 신청했으나 최종 패소 및 기각됐고, 결국 2019년 부지 매각을 발표했다.

해당 부지는 ‘이건희 기증관’의 유력 후보지이기도 하다. 시 관계자는 “(기증관 위치) 최종 선정은 정부의 권한이므로 우선은 당초 계획대로 공원을 조성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시와 종로구는 이곳에 이건희 기증관 유치를 추진해 왔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송현동#대한항공 땅#맞교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