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하자마자 증상 악화… 의료진, 7시간 뒤에 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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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4차 유행]확진자 밀려드는 생활치료센터, 의료인력은 부족
같은방 환자가 가족에 연락해… 의료진 뒤늦게 확인 병원 이송
생활치료센터 69% 인력기준 미달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2021.8/20/뉴스1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2021.8/20/뉴스1
“그 환자분은 입소하자마자 두통을 호소하고 기침을 심하게 했어요. 불과 몇 시간 사이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더라고요.”

최근 경기도의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에서 지낸 50대 여성 A 씨는 같은 방을 썼던 B 씨(67)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A 씨가 입소한 지 4일째 되던 19일 입소한 이 환자는 병원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하던 중 폐에 이상 소견이 있어 코로나19 검사 후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였다.

B 씨는 입소 직후부터 폐 기능 척도인 산소포화도가 기준보다 낮게 나와 두 차례 다시 측정해야 했다. 비대면 진료가 원칙인 생활치료센터에서는 환자 스스로 체온, 혈압 산소포화도 등을 측정한 뒤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이나 인터폰 등을 통해 의료진에 알린다. 의료진은 B 씨에게 “산소포화도를 다시 측정해 보내 달라” “입소 전 찍은 CT 사진을 보내 달라”고 했을 뿐 방으로 오지는 않았다.

A 씨는 “B 씨가 오후 4시에 입소했는데 저녁 식사도 못하고 꾸벅꾸벅 졸아 상태가 심각해 보였다. 오후 10시쯤 B 씨 가족에게 연락했다”고 말했다. A 씨는 B 씨의 딸에게 “어머니가 몸이 안 좋다는 얘기를 의료진에 스스로 하지 못하고 있으니 가족들이 센터에 연락해 조치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의료진은 딸의 연락을 받고서야 오후 11시경 찾아왔다. B 씨의 코에 줄을 넣어 산소를 주입하는 등 치료를 시작했지만 증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산소포화도가 기준치 아래인 94% 미만으로 떨어졌다. 결국 2시간 만인 20일 오전 1시경 B 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B 씨 가족들은 다음 날 A 씨에게 “이렇게 심각한 상태인 줄 몰랐다. 다행히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A 씨는 “입소자 스스로 몸 상태를 의료진에 정확히 전달하지 못할 수 있어 보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내가 B 씨 가족들에게 연락하지 않았다면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파악하지 못했을 것 같다”고 했다.

9일 인천의 생활치료센터에서 폐렴을 앓던 50대 여성이 병원으로 옮겨지지 못하고 숨진 데 이어 12일 충남 아산에서도 사망자가 나오면서 센터 내 의료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확진자 폭증으로 입소자가 크게 늘었지만 센터 내 의료 인력은 충원되지 않아 환자에게 필요한 조치가 제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국 61개 생활치료센터 가운데 의료 인력 권장 기준을 지킨 곳(9일 기준)은 31%(19곳)에 불과하다.

고위험군까지 생활치료센터 입소… 의료진 부담 가중
생활치료센터 인력 부족

생활치료센터는 무증상 또는 경증 환자들이 머무는 곳이지만 최근 병원 내 병상이 부족해지면서 65세 이상이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등 고위험군에 속하는 환자들이 센터에 입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생활치료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한 의사는 “요즘엔 중증과 경증의 경계선에 있는 까다로운 환자들이 센터에 들어오고 있어 의료진의 부담이 상당히 가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환자실 등 병상이 부족하다 보니 센터 입소자들의 병원 이송도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 9일 인천 연수구 생활치료센터에서 폐렴을 앓다 숨진 정모 씨(58)의 경우 사망 전날 병원 전원이 논의됐지만 이행되지 않았다. 해당 센터와 연계된 병원에선 평소 “병상이 부족하니 증상이 심하지 않은 환자는 가급적 센터에 데리고 있어 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센터 관계자는 “해당 병원으로부터 ‘임산부가 확진 판정을 받고 왔는데도 병상이 없어 평택으로 갔다’는 얘길 들었다. 환자를 보내지 말라고 한 적은 없지만 웬만하면 센터에 데리고 있어 달라고 하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센터 내 재감염 가능성을 우려하는 입소자들도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생활치료센터는 재감염 등을 막기 위해 1인 1실이 원칙이었지만 확진자가 대폭 늘면서 최근에는 2인 1실, 3인 1실로 운영하는 곳이 많다. 경기도의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해 있는 한 50대 여성은 “증세가 많이 호전되던 입소 5일 차에 새롭게 확진된 환자와 한 방을 쓰게 됐다. 혹시나 재감염이 될까 걱정됐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원칙적으로는 환자들을 함께 수용해서는 안 된다. 특히 증상이 없는 환자와 기침 및 가래 등이 심한 환자를 함께 두면 드물지만 재감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선 병원들도 의료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생활치료센터 내 인원을 당장 늘리기는 쉽지 않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협력 병원 등과 보다 원활한 소통 체계를 구축하고 센터 내 확진자들의 이상 징후를 신속히 파악할 수 있도록 정밀한 현장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확진자#생활치료센터#의료인력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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