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채용변화 시작… 대학혁신 첫걸음 돼야

이종승 기자 입력 2021-07-29 03:00수정 2021-07-30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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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채용 변화는 대학 혁신과도 맞물려 있어 대학가의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다.

대학 안팎에서는 학령인구 급감 대비, 시대 흐름에 맞는 교육 시스템 전환, 성장동력 역할 등을 주문하지만 변화가 전제되지 않고는 이뤄질 수 없는데 그 중심에 교수가 있기 때문이다. 일부 대학에서 교수 채용의 주요 기준을 현장 경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것도 정체된 대학교수 사회에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려는 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동아대, 현장 경력 중시

동아대는 최근 산학 전임교원을 채용하면서 기준을 석사 학위 및 산업체·기관 경력 20년 이상으로 내걸었다. 학사 석사 박사 전공 일치, 강의 능력, 논문 수 200∼400% 이상 등 한국 대학에서 중시하는 조건을 없앤 것이다. 이 대학은 공대, 디자인환경대, 경영대, 사회과학대의 전 분야에서 10명 내외의 산학 전임교원을 뽑을 예정이다. 채용되는 산학 전임교원은 여느 대학과 달리 정식 교원과 같은 대우를 받고 승진도 가능하다. 승진 기준은 산학협력과 학생 취업실적 등이다. 이해우 동아대 총장은 기존의 교수 채용과 다른 기준을 둔 이유를 “산학협력에 능통한 교수를 뽑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산업현장이 원하는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현장에 밝은 전문가를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이 총장은 “시장을 잘 모르고 이론에만 밝은 교수가 시장이 원하는 교육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동아대 교수 채용의 배경은 ‘학교 살리기’이다. 이 총장은 “(대학을) 이대로 두면 망한다”며 “‘동아대 교수는 실무에 강하다’는 소문이 나야 우리 대학 졸업생들을 선호한다”고 했다. 학령인구 급감에 따라 대학에 요구되는 혁신의 첫걸음을 교수 채용에서 찾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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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대의 변화된 교수 채용은 ‘대학 변화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수종 전국 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회장(부산 광명고 교사)은 “밖에서 볼 때 수만 명의 신입생을 못 채운 대학이 아직도 위기임을 모르고 있는데 대학은 학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취업이 대학과 학과 선택의 최우선 기준인 만큼, 취업에 도움을 주려는 동아대의 노력은 시장에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내년에 개교하는 한국에너지공대의 전임교원 초빙 원칙도 여느 대학과는 달리 산학협력에 필요한 전문성을 강조한다. 이 대학은 창업지원 및 산학협력에 필요한 전문가를 뽑기 위해 학계에서의 업적과 평판만큼 관련 업계에서의 기술이전 및 기술 사업화, 국내외 특허 실적 등 현장 경험도 중시한다. 한국에너지공대 관계자는 “한국에너지공대의 설립 목적에는 국가 성장 동력 발굴과 지역균형 개발 기여가 있기에, 창업·기술사업화·기술이전 등 대학의 교육과 연구실적 모두에서 능통한 전문가가 꼭 필요하다”고 했다.

교수 채용 기준의 변화가 교수의 승진 및 역할에 대한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경에는 ‘정년 보장을 받은 교수의 역할이 미미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이 올 1월에 발표한 ‘2020년 대학연구 활동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4년제 일반대학에서 30대 이하 교원은 줄고 있는 반면 60대 이상 교원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30대 이하 교원 비율은 9.9%에서 8.6%로 하락했지만 60대 이상은 16.5%에서 21.5%로 늘었다.

정교수 역할 부족 반성도

거점국립대 기획처장을 지냈던 한 교수는 “국감 자료를 준비하다가 정교수 가운데 약 40%가 1년간 한 편의 논문도 안 썼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놀랐다”고 했다. 한국 교수들이 논문을 안 쓰는 것은 통계로 입증된다. 한국연구재단이 해마다 발표하는 4년제 대학 전임교원 논문-저술 추이 통계 발표에 따르면 한국 대학 전임교원 논문 수는 1년에 한 편꼴도 안 되는 0.91∼0.96(2015∼2019년) 사이에 머무르고 있다. 논문의 질을 기준으로 대학순위를 평가하는 2021년 라이덴 랭킹에서도 한국 1위인 UNIST가 109위에 불과해 국력에 비하면 실망스러운 결과를 받았다. 올해 라이덴 랭킹에 들어간 학교는 46개교로 전년 대비 2개 대학이 증가한 것에 그쳤다.

대학의 과반을 차지하는 정교수가 분발하지 않은 것에 대한 성찰도 나온다. 윤영상 전북대 교수(화학공학)는 “정년보장을 받은 정교수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반성할 부분이 많다”고 했다. 이어서 “대학에서 정년을 보장하는 것은 연구를 안 하고 쉬라는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고, 시류에 흔들리지 말고 소신 있게 목소리를 내면서 자신만의 학문을 마음껏 하라는 취지”라고 했다. 윤 교수는 “교수 임용과 승진에서 연구 성과의 잣대를 양적 평가에서 질적 평가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무도 읽지 않는 논문을 쏟아내는 것보다는 학문적 진보를 이룰 수 있는 연구, 사회적으로 산업적으로 가치가 있는 실용적 연구가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1등 꿈꾸는 교수 많아야

한국 대학처럼 ‘교수가 목표인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런던대에서 토목환경공학을 전공한 김종규 신한대 교수는 “영국의 교수는 정년이 보장된 이후에도 끊임없이 연구하는 모습을 보여 학생들에게 모범이 된다. 영국에서 교수의 권위와 명예는 언론이나 주위환경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학생들의 존중과 존경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다”고 했다. 외국 대학에서는 정년이 보장된 정교수라도 연구와 교육을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는 것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

한국에서 본업인 연구와 강의에 충실하기보다는 정치권에 기웃거리면서 정계입문을 노리는 폴리페서가 넘쳐나는 것은 일부 교수들이 책무보다는 권리만 향유하려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폴리페서 근절과 더불어 한국 대표 대학 교수들의 자세가 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한국의 경제규모는 세계 10위권인데 한국 대학이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것은 교수들이 세계 최고가 돼야 한다는 인식이 없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이 총장은 “서울대 KAIST 등 한국 리딩 대학 교수들은 자기 분야에서 세계 1등이 되려는 꿈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교수의 승진 체계는 주로 근속 연수와 논문 수로 결정된다. 조교수 3∼4년, 부교수 6∼7년을 채우면 대부분 정년 보장이 된 정교수로 승진한다. 승진 과정에서 연구의 독창성 등 정성적 기준을 보는 대학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채용할 때 요구하는 기준보다 교수가 되고난 후의 승진 기준이 훨씬 느슨한 경우가 허다하다. 국립대 1만6647명의 전임교원(2020년 4월 현재) 가운데 정교수는 64%인 1만650명이지만 부교수와 조교수는 각각 3048명, 2915명에 불과해 역피라미드 구조가 된 것도 승진 체계와 연관이 있다는 의견이 많다.

문승태 순천대 교수는 “‘연구와 교육을 잘하는 교수가 행정도 잘한다’는 말이 대학가에서 회자되는 것은 대학에서 교수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준다”고 했다. 문 교수는 “한국 대학 혁신의 키는 교수가 쥐고 있다”면서 “교수 본연의 역할이 회복될 때 한국 대학은 혁신에 들어설 수 있다”고 했다.


대학 혁신에 교수 협력 필요

부산대 총장을 지낸 후 사립대인 동명대 총장을 맡고 있는 전호환 총장은 “국립대 총장은 혁신과 발전에 필요한 법제도를 확립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면, 사립대 총장은 혁신의 기초를 닦으면서 교수들의 반대를 설득하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개혁하지 않으면 곧 사라질 지방 사립대의 혁신은 시급하지만,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일부 교수들의 저항이 개혁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전 총장은 “지방 사립대의 특성화에 필요한 학과 신설과 구조조정, 교육 시스템 개혁, 교수 채용 변화 등은 교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꼭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서 “교수들의 전향적 자세가 간절하다”고 했다.

김응권 원주 한라대 총장은 “한국 대학의 어려운 현실을 타개하는 데 교수들이 걸림돌이라는 사회적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대학의 자율성과 학문의 자유를 보호한다는 전제로 교수 채용, 평가, 승진, 정년 등 교수 인사체계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세울 때가 됐다”는 의견을 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에듀플러스#교수 채용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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