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영양 모두 잡은 슈퍼푸드 복분자… 쉼없는 연구개발로 ‘백년 산업’ 육성

민동용 기자 입력 2021-07-28 03:00수정 2021-07-28 03:0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업그레이드 지역특구]
전북 고창 복분자 산업 특구
건강기능성식품 R&D 활발
주류 등 수출 시장서도 두각
고창 복분자 산업 특구의 연구개발(R&D)을 이끄는 베리앤바이오식품연구소 전경.
산딸기는 익으면 빨갛지만 복분자(覆盆子)는 검붉다. ‘본초강목(本草綱目)’을 비롯한 여러 옛 문헌에는 ‘소변을 이롭게 하고 검은 머리를 유지한다’는 취지로 써있다고 한다. ‘복분’을 ‘오줌발로 요강을 뒤엎는다’는 식으로 해석해 남성 정력과 복분자 효능을 연관짓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열매가 물 긷는 데 쓰는 동이를 뒤집어 놓은 듯한 생김새여서 복분자라고 이름 붙였다는 것이 정설이라고 한다.

전국 최대 복분자 산지는 전북 고창이다. 칼륨 칼슘 나트륨 같은 광물질 영양소인 미네랄이 풍부한 황토밭에서 서해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라 당도와 색이 진하고 맛과 향이 독특하다. 대표적 항산화(抗酸化) 물질인 안토시아닌과 폴리페놀이 들어 있어 항암, 노화 예방, 동맥경화 예방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안토시아닌 성분은 포도의 4배, 블루베리의 2.7배나 된다. 노폐물과 지방을 체외로 배출해 다이어트에도 좋다는 평가다. 폴리페놀 함유량도 적포도주보다 30% 이상 많아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 예방에 좋다고 한다. 여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고 남성호르몬 분비를 원활하게 해주는 피토에스트로겐도 풍부해 갱년기 증상 완화 효능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고창은 이 천혜의 과일을 그저 키워서 팔아먹는 데만 활용할 생각이 없었다. 부가가치를 극대화해 6차 산업으로 결실을 맺겠다고 마음먹었다. 복분자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복분자 생산단지를 넓히는 데 걸림돌인 규제를 완화해 집적화를 이루며, 품질 좋은 복분자주를 생산해 세계에 알리고, 외지 사람이 복분자를 수확하고 맛볼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고창이 2005년 ‘고창 복분자 산업 특구’를 지역특화발전특구(지역특구)로 지정받은 까닭이다.

행정구역 전체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인 고창은 복분자 산업 활성화를 위해 군(郡)과 농가가 힘을 합쳐 재배면적과 생산량을 적정수준으로 조절해 안정적 수급에 힘썼다. 아주 좋은 복분자 생산을 위한 품질관리와 재배기술 발전에 주력했다.

주요기사
고창복분자클러스터를 조성해 복분자 생산 지원은 물론 고품질 복분자를 기르는 법을 농가에 알렸다. 건강기능성 식품 개발을 위한 베리앤바이오식품연구소를 세우고 각종 특허를 출원했다. 이 연구소는 지역특구 민간기업의 기술개발 의뢰를 받아 용역을 수행하고 제품을 개발한 뒤 관련 기술을 해당 기업에 전한다. 지난해 16건, 8억9700만 원 상당의 기술을 이전했다. 복분자 고사(枯死) 원인을 알아내고 실증 시범 재배를 통해 무병(無病) 복분자 종묘를 길러 농가에 보급하고, 과학적인 복분자 시험 포장(圃場)도 조성했다.

유통구조 일원화를 위해 수매장려금을 지급한다. 올해는 지역농협 수매에 참여한 복분자 생산농가에 1kg당 1000원씩 지원했다. 수매가는 1kg당 1만1000원이었다. 복분자 가공업체에 공급하는 물량에 대해서도 1kg당 1000원씩 지역농협에 지원해 원료 수급을 돕는다.

대학 공공기관 등과 복분자 네트워크를 이뤄 질 높고 맛 좋은 복분자와 가공제품을 만드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순천향대와는 복분자 등을 활용한 제품 개발 업무협의회를 열고 식초산업 뉴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전북대와 함께 ‘찾아가는 식초학교’를 열어 복분자식초 과정을 개설했다. 안정적인 생산기반 마련을 위한 연구, 지도, 민간 블렌딩 모델 사업 공모에 선정돼 국비 10억 원을 받았다. 농촌진흥청과 이 사업을 같이하기로 MOU를 체결했다.

복분자 산업 활성화를 위한 고창의 한결같은 노력으로 복분자 산업 특구는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 우수 지역특구에 선정돼 중기부장관상을 받았다.

좋은 결실은 고창 복분자 브랜드 이미지를 높였고 복분자는 물론 복분자로 만든 술과 식초 등의 판매와 수출 증가로 이어졌다.

복분자로 만든 술은 미국을 비롯해 해외로 팔린다.
지난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국제식품전에 ‘고창 농·특산품 공동 홍보관’을 열었다. 참여 기업은 2019년 6곳에서 복분자주(酒) 등 20개 품목을 내놓은 10곳으로 늘었다. 해외 바이어 상담도 전년의 15건에서 40건으로 증가했다.

고창 복분자 브랜드 ‘선연’(선운사의 자연)은 지난해 10년 연속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대상’ 복분자 부문을 수상했다.

복분자를 황토굴에서 발효시킨 서해안복분자주 3만 병(8000만 원 상당)을 호주에 수출해 시드니 마트와 외식업체 등에 유통시켰다. 이 술은 2005년 APEC 공식 만찬주, 2017년 청와대 만찬행사 건배주로 사용됐다. 중국에도 1만5000병(3000만 원 상당)을 수출해 산둥성 백화점 등에서 팔리고 있다.

복분자로 제조한 식초도 지난해 ‘대한민국 발효식초 대전’에 참가, 우수성을 입증해 국내 발효식초시장 진입 가능성을 확인했다. 새콤달콤한 복분자 맛에 향이 더해진 복분자식초, 복분자발사믹식초는 면역력 강화와 해독 효과가 있다. 베리앤바이어식품연구소 연구 결과 복분자식초는 일반 식초보다 폴리페놀 성분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제품들을 비롯해 10만 달러어치 복분자 가공제품 18건을 미국에 수출하기로 계약했다. 고창 복분자가 해외시장을 뒤엎을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업그레이드 지역특구#전북 고창#복분자#슈퍼푸드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