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용 가림막’ 챙기는 충남지사… “코로나 걱정 없이 소통해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10일 03시 00분


양승조 지사, 우산처럼 늘 휴대
머리 위까지 막혀 비말 원천 차단
충남도, 자체개발해 경량화 성공
식당 설치비 지원하며 사용 독려

대전의 한 중국 음식점. 양승조 충남지사(오른쪽)가 평소 가지고 다니는 휴대용 비말 차단 가림막을 쳐놓은 가운데 식사를 하면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대전의 한 중국 음식점. 양승조 충남지사(오른쪽)가 평소 가지고 다니는 휴대용 비말 차단 가림막을 쳐놓은 가운데 식사를 하면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3일 오후 6시 50분경 대전 동구 중앙로의 한 중국음식점. 양승조 충남도지사와의 기자간담회 겸 저녁 식사를 위해 미리 잡아놓은 방으로 들어갔다. 4인용 둥근 원탁에는 보일 듯 말 듯 뭔가 놓여 있었다.

투명 아크릴판으로 제작된 비말 차단 가림막이었다. 양 지사는 도착 전이었고 수행진만 있었다. 음식점에서 준비한 거냐고 물었더니 양 지사가 비 올 때 우산처럼 항상 가지고 다니는 휴대용 가림막이란다. 도지사 업무상 여러 사람과 만나야 하는 양 지사는 지난해 가을부터 식사 때 어김없이 이 가림막을 가져와 설치한다.

가림막은 앉은키보다 높고, 아래쪽에 음식이 드나들 정도의 구멍이 있다. 따라서 마스크를 벗고 서로 마주해 식사와 대화를 하면서도 비말이 퍼질 염려가 없다.

시간에 맞춰 도착한 양 지사는 휴대용 가림막 예찬론을 폈다.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식사 때가 감염에 가장 무방비 상태입니다. 가림막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안전하기 때문에 결국 상대방도 좋아합니다.” 실제로 기자도 적잖이 안심이 됐다.

양 지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비말 차단 가림막을 강조해 왔다. 지난해 2월 아산 경찰교육원에 우한 교민을 수용하면서 도청 구내식당과 각종 회의실 등에 대대적으로 아크릴 칸막이를 마련했다. 도청 외부에서 회의를 해야 하는 경우 도의 가림막을 가져다 설치했다.

그는 이런 경험을 토대로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을 열어 도내 모든 식당이 비말 차단 가림막을 설치할 것과 개인들이 휴대용 가림막을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 식당들에는 가림막 설치 비용을 지원하고 도 직원들이 사용하도록 실국에 120개의 휴대용 가림막을 보급했다.

휴대용 가림막은 비용 문제와 번거롭다는 인식 때문인지 일반에는 확산되지 않았다. 하지만 양 지사는 개인적으로 지금까지도 솔선하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주자로 나선 그는 전국 곳곳을 방문해 누구를 만나든 식사 자리에는 휴대용 가림막을 어김없이 펼쳐 놓는다.

이렇게 휴대용 가림막이 알려지면서 청와대와 국회, 지방자치단체들이 충남도에 샘플을 보내 달라고 요청해 오기도 했다.

휴대용 가림막은 진화를 거듭한다. 도는 2인용과 4인용을 개발한 데 이어 4인용으로 열십자(十)형 대신 ㄷ자형을 고안했다. ㄷ자형을 기준으로 아크릴판 두께는 5mm에서 3mm로, 무게는 5kg에서 3.5kg으로 줄이는 경량화에도 성공했다. 오수근 도 운영지원과장은 “지사님이 사용하면서 느끼는 문제점을 꾸준히 전해 줘 이를 반영해 개선하고 있다”며 “현재 개당 6만 원 정도 제작 비용이 들지만 대량 제작할 경우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전했다. 양 지사는 “4명 이하로 식사를 하더라도 그 가운데 감염자가 있다면 전염을 피할 길이 없다”며 “식당에 비말 차단 가림막 설치를 의무화하고 개인들도 휴대용 가림막을 구비하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휴대용 가림막#충남지사#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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