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에 ‘리얼돌방’… 지나는 10대들 “우리도 가볼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3일 19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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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리얼돌’이 뭐예요? 진짜 돌 말하는 거예요?”

경기 의정부에서 있는 상가에서 작은 교회를 운영하는 이모 목사는 최근 예배를 온 일곱 살짜리 아이의 질문에 말문이 턱 막혔다. 역시나 얼굴이 붉어진 부모에 따르면 아이가 5층 교회로 오다가 1층에서 ‘리얼돌 체험방 7층’이란 안내를 마주한 뒤 계속 “저게 뭐냐”고 물어봐 난처했다고 한다.

이 목사는 “어린애야 어떻게든 둘러대고 넘어갈 수 있는데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인터넷만 검색해도 다 알 텐데 혹시 매장이라도 기웃거릴까봐 우려스럽다”고 답답해했다.

● 10대들, 간판 보고 “우리도 가볼까”

리얼돌(여성 외모를 본뜬 성인용품)을 이용해 사실상 유사성행위 영업을 하는 ‘리얼돌 체험관’이 유흥가는 물론이고 아동이나 청소년이 드나드는 일반 상가에까지 퍼지고 있다. 여성단체 등은 “인권 침해적 요소도 있다”고 지적하지만 이미 전국에 150여 곳 이상 문을 연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 시민들은 대부분 불쾌하다는 반응이나 단속기관들은 허가 없이 영업이 가능해 제재가 쉽지 않다고 난색을 표했다.

2일 둘러본 현장에선 이 목사가 걱정했던 일이 그대로 벌어지고 있었다. 해당 상가에서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 10대 학생 3명이 “저것 봐”라더니 자기들끼리 키득댔다. 7층 체험관 앞에 비치된 ‘반나체’ 리얼돌 사진을 본 뒤엔 뭔가 작심한 표정으로 “우리도 내일 가볼까”라고 소곤거리기도 했다.

이곳 주민들에 따르면 해당 업소는 2주 전쯤 상가에 입점했다. 해당 상가는 일반주점도 있지만 커피숍이나 식당 등 주변에 사는 가족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심지어 리얼돌 체험관과 같은 7층엔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이 주로 다니는 태권도장도 들어올 예정이다. 한 음식점 주인은 “해당 상가 맞은 편 건물 역시 어린이 영어학원과 키즈 카페가 있어 애기들이 수시로 몰려온다”며 “굳이 이런 장소에서 저런 흉측한 게 장사를 해야 하나. 건물주에게도 제대로 항의할 참”이라고 화를 냈다.

3일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또 다른 리얼돌 체험관도 사정은 엇비슷했다. 지하철역 출입구 바로 앞에 있는 리얼돌은 커다란 간판을 달아놓아 어디서도 눈에 띄었다. 여기서 약 30m 거리에 1000세대가 넘는 아파트단지가 있으며, 심지어 바로 그 옆엔 어린이집까지 자리 잡고 있었다. 근방에 사는 한 가정주부는 “정말 애들이 볼까 무섭다”며 혀를 찼다.

● “자극적인 외부 광고 제한해야”

사회적 논란이 거센 리얼돌 체험방이 어떻게 버젓이 주택가에서 영업하는 걸까.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해당 업소는 보통 ‘성인용품점’으로 영업 신고를 한다. 이럴 경우 교육환경보호구역인 학교의 주변 200m 내에서 영업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정식 교육기관만 떨어져있으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단 뜻이다. 게다가 유흥주점이나 단란주점 등은 허가를 받아야 영업이 가능하지만, 리얼돌 체험방은 별다른 허가가 필요 없는 자유업종에 속한다.

규제를 교묘하게 비켜 가기도 한다. 서울에 있는 또 다른 업소는 한 고등학교가 160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그런데 관할 교육청이 법 위반을 통지했더니, 기존 체험방 간판을 ‘쇼룸’으로 바꾼 채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4월 국회에선 리얼돌 체험방과 관련된 개정안이 발의됐다.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리얼돌 관련 영업을 제한하는 규정이 명시돼있다. 의원실 측은 “기존에는 여성가족부 고시에만 포함돼있었으나 실제 법 조항으로 격상시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변호사는 “현실적인 단속이 어려운 상황에서 법에 담는다고 실효성이 커질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전구훈 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 특임교수는 “미성년자 등의 호기심을 지나치게 자극하는 옥외광고물을 제한하거나 규제 장소를 건물 외부까지 확대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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