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도로에 검은옷 입고 누운 사람 치어 숨지게한 운전자 무죄선고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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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가로등도 고장… 인지 어려워”
운전자 “뒷바퀴 충격… 사람인줄 몰라”

늦은 밤 검은색 계통의 옷을 입고 제한속도 80km의 도로에 누워 있던 사람을 차량으로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청주지법 형사3단독 고춘순 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혐의로 기소된 A 씨(50)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A 씨는 2019년 12월 24일 오전 4시 5분경 5.2t 냉동 탑차를 몰고 충북 청주시 오송역 인근을 주행하다가 도로 위에 누워 있던 B 씨(53)를 차량으로 치고 지나간 혐의를 받았다. 사고 직후 A 씨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고 B 씨는 다발성 손상을 입고 숨졌다.

사고 지점은 제한속도 시속 80km의 편도 3차로 도로로 인도가 없이 가드레일만 있다. 인근에 민가나 가게 등의 시설이 없는 도시 외곽이다.

경찰은 B 씨 옷에 묻어 있던 바큇자국을 토대로 수사를 벌여 차량을 특정한 뒤 사고 발생 닷새 뒤 A 씨를 붙잡았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왼쪽 뒷바퀴로 무언가를 밟고 지나간 충격이 있었지만 그것이 사람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A 씨가 전방 좌우를 잘 살피고 속도를 조절하는 등 사고를 방지할 업무상 주의 의무를 게을리했고 구호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A 씨의 과실로 사고가 났다고 단정하기에는 검찰 측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고 판사는 “B 씨는 상·하의 모두 검은색 계통의 옷을 입은 채 누워 있었고, 사고 지점 인근의 가로등 2개도 고장으로 소등된 상태였다”며 “사고 뒤 같은 장소를 지난 다른 차량도 감속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다른 운전자도 사람이 누워 있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심야도로#가로등도 고장#무죄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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