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장영훈]‘김광석 길’이 재도약하려면…

장영훈·대구경북취재본부 입력 2021-05-11 03:00수정 2021-05-11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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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훈·대구경북취재본부
대구 중구 대봉동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김광석 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 씨는 최근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한 시행사가 주민들의 동의를 받아 초고층 아파트를 짓겠다고 나섰다는 것. 높은 건물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김광석 길을 떠올린 A 씨는 한동안 몸서리를 쳤다.

그를 더 당황하게 만든 일은 따로 있었다. A 씨는 “중구에 항의하기 위해 전화를 했더니 경제 활동을 법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재개발에 열정적인 류규하 구청장이 추진을 동의했다는 소문이 사실처럼 느껴졌다”며 한숨을 쉬었다.

올해 10년을 맞은 김광석 길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관광객이 급감하고 골목이 침체하면서 떠나는 상인들도 생겼다. 한때 약 200만 명이던 관광객은 2019년 약 140만 명으로 처음 감소했고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약 70만 명에 그쳤다.

길이 350m, 폭 3.5m인 김광석 길은 고인이 방천시장 인근에서 태어난 데 착안해 조성했다. 2010년 90m를 처음 만든 뒤 2011년 150m, 2013년 110m 늘렸다. 2014년 야외공연장 등을 만들며 새 단장을 했고 2017년 김광석 스토리하우스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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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의 합심으로 한국 관광 100선에 2년 연속 뽑혔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코로나19 영향이지만 몇 년 전부터 신규 콘텐츠 도입과 기반 확장을 멈춘 탓이 크다는 게 상인들의 목소리다.

재개발 소식에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한 주민은 “현재 사업은 중단됐지만 언제 재개할지 모른다. 류 구청장이 사태가 이렇게 될 때까지 뭘 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올해 중구는 김광석 길 예산을 크게 줄였다. 시장 상인은 “이전 단체장의 치적이라는 이유로 투자를 외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달서구의 역사문화 탐방길 ‘선사시대로(路)’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꾸준히 관광 콘텐츠를 구상하고 매년 인프라를 늘린 덕분이다. 원시인 조각상은 전국 명물이 됐다. 코로나19 마스크 착용 같은 이벤트로 큰 관심을 모았다. 이태훈 구청장의 아이디어다.

투자도 적극적이다. 최근 테마거리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용역을 시작했다. 체험 음식 메뉴를 개발하고 맛집 발굴에도 나섰다. 이 같은 노력에 올해 1분기(1∼3월)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가량 늘었다.

김광석 길과 선사시대로는 모두 이전 단체장이 추진한 사업이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은 극명하게 다르다. 달서구 관계자는 “단체장의 의지와 행정 연속, 주민 신뢰가 선사시대로 가치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석 길이 재도약하려면 꼭 필요한 것들이 아닐까.

장영훈·대구경북취재본부 jang@donga.com
#김광석 길#재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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