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안부인사도 큰 힘”…어르신들에게 보약된 ‘말벗 활동단’

강승현 기자 입력 2021-05-09 15:29수정 2021-05-09 15:5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나이가 들수록 말할 사람은 계속 줄어…. 별 것 아닌 말 한마디가 우리에겐 보약이지.”

어버이날을 이틀 앞둔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김천대 할머니(77)의 집에서 웃음 섞인 수다소리가 새어나왔다. 김 할머니는 결혼한 자녀들과 떨어져 혼자 살고 있다. 평소 같으면 TV 소리만 요란하게 들릴 시간이었지만 집안에선 할머니의 들뜬 목소리가 계속 흘러나왔다. 김 할머니가 한참 대화를 나눈 사람은 이달부터 활동을 시작한 송파구 ‘말벗 활동단’의 윤영순 씨(68)로 이날 처음 할머니의 집을 찾았다.

말벗 활동단은 건강관리가 취약한 나이 많은 어르신을 대상으로 말동무 등을 통해 정서적 안정을 돕는 지역사회 공헌 프로젝트다. 지난달 50명을 선발해 이달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활동단은 만 50세 이상의 교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경력과 관련 자격증이 있는 은퇴자들이 많다. 활동단 1명이 2명의 어르신을 주기적으로 관리하는 형태로 활동기간 동안 활동료도 준다.

이날 할머니의 집을 찾은 윤 씨도 간호사 출신으로 퇴직 후 말벗 활동단에 지원했다. 윤 씨는 “은퇴 이후 조금 더 의미 있는 일을 하며 노후를 보내고 싶어서 말벗 활동단이 됐다”면서 “현장에서 익힌 경험들을 토대로 어르신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주요기사
윤 씨는 할머니와 간단한 인사와 안부를 주고받은 후 간호사 출신답게 혈압부터 확인했다. “혈압이 조금 높게 나오시긴 하는데 걱정하실 필요까진 없으세요”라는 말에 할머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첫 만남에 조금 어색해하던 할머니는 혈압을 재고 나서부턴 최근 병원에 들렀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털어놨다. 서로 소개를 한지 30분 정도가 지나자 할머니의 말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할머니는 “나이가 들면 사람이 그립고 외롭다. 주변 친구들도 우울감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노인들에겐 간단한 안부인사도 큰 힘이 된다”며 윤 씨의 손을 잡았다.

송파구가 말벗 활동단을 꾸린 이유는 최근 눈에 띄게 증가한 노인 인구 때문이다. 송파구에 사는 주민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는 7% 가량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국내 고령 인구 비율도 2017년 13.8%에서 2030년 25%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067년엔 인구의 절반 가량이 고령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송파구는 이 같은 추세를 고려해 앞으로도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영선 송파구청 일자리사업팀장은 “은퇴자들의 지역사회 공헌 활동과 함께 노인 문제 등을 함께 생각하다가 말벗 활동단 사업을 기획하게 됐다”고 사업 취지를 설명했다. 송파구는 특히 어르신 가운데서도 건강 등의 이유로 바깥출입이 쉽지 않은 ‘허약노인’들을 집중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허약노인은 전체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17% 정도다.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바깥 출입이 어려워지면서 우울감 등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이 늘고 있다”면서 “허약노인 등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을 위한 또 다른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byhuman@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