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지방대, 신입생 확보 ‘생존게임’

최예나 기자 , 이소정 기자 입력 2021-05-05 03:00수정 2021-05-05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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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교장-교사 채용해 고교로 찾아가는 설명회
학생 모집 ‘대입전형 컨설팅’까지 받아
대구에서 30년간 고교 교사였던 채문기 씨는 올 3월 명함이 바뀌었다. ‘대구진학지도협의회 공립대표’에서 ‘대구가톨릭대 입학부처장’으로. 대구 시내 일반고 진학담당 부장교사들 모임인 대구진학지도협의회에서 공립고 대표였던 채 부처장은 특임교수로서 대구가톨릭대에 임용됐다. 지역 고교 진학지도부장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그에게 대학이 그야말로 ‘특임’을 맡긴 것이다.

채 부처장은 교사들에게 배포할 학과별 취업률, 각 대학 전형 유형별 자료 등을 정리하며 대구가톨릭대의 학과를 함께 소개한다. 학과별 상담 교수 전화번호와 e메일 정보를 넣는 것도 빼먹지 않는다. 채 부처장은 “대학 홍보를 하는 동시에 교사들에게 필요한 자료를 만들어 서비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로 대규모 신입생 미달사태를 겪은 지방대들 사이에서 진학지도 업무를 오래 한 퇴직 교사나 교장을 모셔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방대는 70∼80%가 지역 인재로 구성되는 만큼 해당 지역 고교를 돌며 대학을 홍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퇴직 교사나 교장 출신의 ‘후배 교사 네트워크’를 활용하려는 것.

한 대학 총장은 “학교에서 후배들과 관계가 좋았던 퇴직 교원을 모셔오면 대학들이 ‘찾아가는 설명회’를 할 때도 고교를 접촉하기가 훨씬 쉽다”고 말했다. 실제 대구대는 입학전형 관련 현장 의견을 듣기 위해 3월에 퇴직 교장을 객원교수로 초빙했다. 내년에 개교하는 전남 한국에너지공과대도 고교에서 진학부장을 오래 하고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대입제도 개편 관련 위원회에서 일했던 교사를 입학센터장으로 임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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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들은 특히 올해 초저출산(합계출산율 1.3명 이하)이 시작된 2002년생이 입학하면서 더욱 비상이 걸렸다. 2021학년도 기준 대입 정원은 학생 수보다 7만6000명이나 많다. 이전 같았으면 지방대에 갈 학생들도 수도권에 지원해 빠져나가다 보니 거꾸로 학생이 아니라 대학이 나서 학생 모집을 위한 ‘대입전형 컨설팅’을 받는 처지다.

대학가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대입원서 대행업체가 컨설팅을 하더라도 입학처 관계자들만 참석하는 게 보통이었다”며 “하지만 올해는 확대교무회의에 총장 이하 모든 보직교수가 참여하고, 학과장들은 심지어 줌(ZOOM)으로 듣는다”고 전했다.

대학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어떻게 해야 지원자를 더 모을 수 있냐’다. 이에 대입원서 대행업체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해당 지역 수험생이 선호하는 대학과 성적별 지원 경향 등을 알려준다. 한 대행업체 관계자는 “때로는 어떤 학과를 이렇게 바꿔야 한다, 왜 백화점식으로 모든 학과를 다 홍보하려 하냐, 선택과 집중을 하라는 잔소리까지 하게 된다”며 “총장 이하 모두가 심각한 표정으로 듣는다”고 전했다.

지방대 한 관계자는 “지방대 입시는 더 이상 ‘선발’이 아닌 ‘모집’”이라며 “그렇다 보니 현장의 학생 선호도를 반영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다 소용없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지방대의 한 교수는 “대학은 많고 학생은 없는데 무슨 방법을 쓴다고 없는 학생이 오겠냐”며 “이미 지방대의 위상은 생존을 고민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라고 토로했다.

최예나 yena@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이소정 기자
#위기의 지방대#신입생 확보#생존게임#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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