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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정시 확대는 역량 중시하는 시대 흐름에 어긋나”

입력 2021-04-29 03:00업데이트 2021-04-29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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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종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신임 회장
거꾸로 가는 교육정책
공정성 논란에도 학종이 바른 방향
진로교사 위상 재정립 목표
박수종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회장은 “거꾸로 가는 교육정책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학생의 소질과 적성에 바탕을 둔 진로교육이 활성화 돼야 하며, 이를 뒷받침 하는 대입정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수종교사 제공
《박수종 교사(부산 광명고)가 각급 학교의 진로 교육을 총괄하는 진로 전담 교사의 협의체인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6대 회장에 최근 선출됐다. 정년을 1년 앞둔 박 회장의 당선은 교육계에서 파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진로 전담 교사들이 품고 있는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16일 부산에서 만난 박 회장은 인터뷰 내내 현 정부 교육정책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진로 교육의 중요성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미달 사태를 맞은 많은지방대학은 진로 교육의 관점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년이 정년인데 회장 선거에 출마해서 당선됐다.

“거꾸로 가는 교육정책을 바꾸는 데 역할을 하라는 진로 교사들의 요청이라고 본다. 시도 지역협의회 회장단에서도 정년이 전국 회장직을 수행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적극 지지해 줬다.”

―왜 교육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보나.

“학생의 역량과 재능을 길러주기보다 지식만 쌓는 교육으로 회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입시의 정시 확대가 대표적이다. 교육부가 지난해 서울의 주요 16개 대학에 입시에서 정시 40%를 지키라고 한 것은 사실상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무력화 시도다. 정시 확대는 성적 중심의 경쟁 교육을 심화시킨다. 진학을 위해 사교육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정시 확대는 2025년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와도 맞지 않는다. 고교학점제의 취지는 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고려해 교과를 선택하게 함으로써 미래 사회의 변화에 맞춰 진로를 탐색하고 전공을 선택하도록 돕는 데 있다. 점수를 중시하는 대학수학능력평가(수능) 중심의 대입 정책으로는 개개인의 소질과 적성을 키울 수 없다. 이처럼 앞뒤가 맞지 않는 대입 정책을 펴고 있다. 정시 확대 정책을 2027년 입시까지만 적용하고, 2028년 입시 정책은 2024년에 다시 제시한다는 것은 더 문제다.”

―백년대계가 ‘10년 대계’도 안 된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바뀌어서는 안 된다. 정시 확대, 학종 무력화 정책이 6년간만 한시적으로 적용된다면 애초에 바꾸지 말았어야 한다. 2028년 입시에는 고교학점제에 맞춰 개편한 수능 과목과 논술형 및 서술형 문제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정시 확대에 따른 수능 중심 수업을 다시 되돌려야 한다. 학교는 혼란스럽다.”

―왜 학교 현장의 혼란이 가중됐나.

“그동안 학종에 따라 진로와 적성을 고려한 진학 지도가 정착됐었다. 그 방향이 맞았는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2024년에 다시 새 입시정책을 제시하면 초중고교의 혼란은 당연하다. 학종에 맞춰 중요시해 온 수행평가와 과정 중심 평가를 이제는 수능 점수가 중요한 만큼 지속하기 어렵다. 학종의 핵심인 ‘자동봉진(자율 동아리 봉사 진로활동)’은 2024년 대입부터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 학생들은 점수 따기 수업에 매달려야 한다.”

―정시가 공정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시는 겉으로는 공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수능의 공정성은 모든 수험생이 한날한시에 모여 같은 문제를 풀고 그 점수 순으로 당락이 정해진다는 것밖에 없다. 수능은 취지는 좋지만 변별력을 이유로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내용이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사교육 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고, 사교육 혜택을 받지 못한 학생들은 점수 경쟁에서 뒤처진다.”

―학종이 100% 공정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물론 모든 면에서 공정하지는 않다. 자동봉진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사교육에 의존해서 대학에 진학하기도 한다. 또 부모의 ‘스펙’이 중요해지며, 교사의 주관적 평가가 객관적이지 않다는 지적에도 동의한다. 하지만 긍정적 측면을 봐야 한다. 학종은 ‘잠자는 교실’을 깨웠다. 잠만 자던 아이들이 스스로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자신의 꿈을 키워갈 수 있게 했다. 하고 싶은 것을 찾아 학업에 충실했고 대학에서도 우수함이 드러났다. 그래서 대학은 학종을 확대한 것이다.”

―공정성 논란이 있음에도 학종을 지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진로와 적성을 고려한 학종은 진로 교육이 추구하는 방향과 같다. 학종을 준비하면서 공부의 중압감에서 벗어나 배움의 즐거움을 알게 돼 행복해하는 학생이 많다. 공부를 못하니 ‘실패했다’고 여긴 아이들도 자신감을 얻고 자기의 길을 찾으려 노력한다. 대학의 이름값보다 관심 분야를 공부하러 진학한 대학에서 전공에 최선을 다하고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찾아 만족감을 느꼈다는 학생도 적지 않다. 반면 점수와 대학에 맞춰 진학한 학생들은 반수(半修), 재수를 치르며 진로 찾기에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잡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49.6%가 ‘자신이 뭘 해야 할지 모른다’고 한다. 고교를 나와서 진학도, 취업도 못한 공교육 낙오자가 한 해 5만 명이다. 학업을 중도에 포기한 학생까지 합치면 6만2000명으로 수도권 주요 21개 대학의 입학 정원보다 많다. 점수 위주 진학 지도의 희생자라 할 수 있다. 학종의 확대는 공교육에서 낙오되는 학생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정시 확대 정책이 진로전담교사의 입지를 위축시키나.


“진로전담교사 제도를 도입한 취지가 무엇이었나. 정시 확대 정책은 진로 교육의 방향성을 흐리고 있다. 정착되던 학교 진로 교육을 약화시키고 있다. 아직도 학벌을 중시하는 사회적 인식이 남아 있어 좋은 대학에 진학하길 원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많다. 그동안 진로전담교사들은 좋은 대학에 진학한다는 것이 적성과 소질을 고려한 진로 선택 중 하나임을 강조해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열정을 쏟았다. 이런 노력과 성과를 무시하고 수능 점수에 입각한 진학 지도 방식으로 되돌아간다면 진로전담교사의 정체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회장으로서 해야 할 일이 많을 것 같다.

“진로전담교사의 위상 재정립에 최우선을 두고 있다. 또 진로 교육 활성화에도 노력할 것이다. 한국진로교육학회를 비롯한 진로 교육 관련 기관과의 네트워크 구축, 중고교와 대학 간의 진로 교육 연계 프로그램 개발, 진로전담교사의 역량 강화, 지역사회 간 진로 교육 격차 해소 등 전국 진로전담교사들의 요구를 채워 나가는 데 앞장서겠다.”

―올해 상당수 지방대가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학령인구 급감 시대에 대학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혁신과 변화만이 살길이다. 학령인구 급감은 오래전부터 예견됐지만 대학들은 변화에 둔감했다. 올해 130개 대학이 추가 모집을 했지만 1만 명 넘게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앞으로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평생교육기관을 늘려나가는 등 다양한 변화로 활로를 찾아야 한다. 청년 실업난이 심각한데 취업 역량을 길러주는 대학으로 거듭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부산 동명대는 총장을 새로 영입해 평생 살아갈 수 있는 기본을 닦아주는 ‘두잉(Do-ing) 대학’으로 거듭난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키우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기본과 역량, 소통을 중시하는 시대적 흐름에 부합한다. 진로 교육이 지향하는 바와도 같다. 간판의 시대가 아닌 능력의 시대다. 대학만의 고유한 특징과 미래가 보일 때 학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부산=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박수종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회장
△1959년 충남 논산 출생
△동아대 전기공학과 졸업, 컴퓨터공학과 박사과정 수료
△진로진학상담교사 1기
△광명고 진로진학부장, 부산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회장
△영산대 부산경상대 외래교수, 부산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3대 회장,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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