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 공단도시서 생태계도시로…“공원엔 수달 가족 이사왔어요”

명민준 기자 입력 2021-04-26 14:43수정 2021-04-2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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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구 달서구 월광수변공원 도원지에 나타난 수달. 오후에 이곳을 산책을 하던 주민이 동영상으로 담았다. 대구 달서구 제공
“요즘 동네 주부들 사이에서 수달 목격담이 화제예요. 깨끗한 물에 사는 수달이 발견된다는 건 살기 좋은 동네라는 뜻이잖아요.”

대구 달서구 주민 김순애 씨(60·여)는 요즘 집 근처 월광수변공원을 산책하는 게 즐겁다. 며칠 전 공원 저수지인 도원지 물가에서 수달을 봤기 때문. 김 씨는 “귀여운 수달을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달서구가 도원지에 설치한 무인 센서 카메라에도 수달의 모습이 포착됐다. 달서구 관계자는 “지난달 10일 카메라 2대를 설치했는데 이달 초까지 야간에 수달이 여러 번 찍혔다. 현재 가족으로 보이는 수달 4마리가 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연 생태계 복원에 나선 달서구의 노력이 알찬 결실을 맺고 있다. 특히 청정지역에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천연기념물 제330호 수달이 최근 도원지에 둥지를 튼 일은 구체적인 성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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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서구와 한국수달보호협회는 도원지에 수달이 나타났다는 주민 목격담이 이어지자 서식 실태 조사 및 보전 대책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하천을 따라 이동하는 습성을 지닌 수달은 도심 개발로 인해 이동 과정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달서구는 지난해 환경부의 도시 생태축 복원 사업에 공모해 뽑혔고, 국비 35억 원 등 사업비 50억 원을 확보했다.

달서구는 지난달 수달의 안전한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도원지에 36㎡ 크기의 인공 생태섬을 조성했다. 일주일여 만에 도원지 곳곳에서 수달 가족이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이는 여러 흔적이 발견됐다. 야행성이라 보기 힘든 수달이지만 최근 방문객들이 많은 오후 시간대 나타나 흥미롭게 하고 있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한 주민이 직접 찍은 동영상을 보내줬다. 수달은 산책하는 주민들이 보여도 오히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본다고 한다. 인간과 자연이 함께하는 생태계 복원 사업이 결실을 맺은 것 같아 설¤다”고 말했다.

달서구는 공단도시 이미지가 짙다. 전국 최대 규모인 성서산업단지는 달서구 전체 면적 62.32㎢의 17.9%인 1119만㎡를 차지한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문제를 고민한 달서구는 2019년부터 자연 생태계 복원 사업을 펴고 있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왼쪽)과 주민들이 최근 대구 달서구 송현공원에서 열린 식목일 행사에서 편백나무 묘목을 심고 있다. 대구 달서구 제공

달서구는 도시 생태축 복원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까지 수밭골~도원지·월곡지~진천천~달성습지 구간의 자연 생태 기능을 회복시킨다는 구상이다. 수달을 비롯해 맹꽁이 남생이 등 다양한 야생 동물이 안전하게 살아가는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도원지 상류에는 도시에서 보기 힘든 반딧불이의 서식 환경을 복원해 색다른 명소로 꾸밀 계획이다.

미래 세대를 위한 도시 녹화(綠化) 사업도 한창이다. 달서구는 올해 식목일을 전후해 주민들과 함께 도원지와 와룡산 등산로, 원화공원, 달서공원, 성서 나들목 등지에 피톤치드(살균 및 스트레스 해소 효과가 있는 물질) 함유량이 높은 편백나무와 도심 속에서 찾기 어려운 고로쇠나무 등 모두 7종 3480그루의 묘목을 심었다. 주민 생활권 주변에 도시 숲을 조성하고 녹색환경도시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구청장은 “자연 생태계 복원은 당장의 성과를 생각해 추진할 수 없기 때문에 하나씩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미래 후손들에게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위대한 유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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