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검사키트 국내 판매…“정확도 떨어져” vs “의료계 부담 던다”

  • 뉴스1
  • 입력 2021년 4월 23일 1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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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앞에 마련된 코로나19 신속분자진단검사소에서 교직원들이 코로나19 신속진단 검사를 받고 있다. 2021.4.23/뉴스1 © News1
23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앞에 마련된 코로나19 신속분자진단검사소에서 교직원들이 코로나19 신속진단 검사를 받고 있다. 2021.4.23/뉴스1 © News1
국내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사용이 가능해졌다. 자가진단검사 정확도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늘어나는 코로나19 환자로 인한 의료계의 부담을 덜고 관련 산업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환영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로나19 자가검사가 가능한 항원 방식 자가검사키트 제품 2종에 대해 조건부 품목허가를 했다고 밝혔다. 이들 제품은 에스디바이오센서와 휴마시스가 각각 생산하는 제품이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가 품목허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신 식약처는 3개월 내 해당 제품의 국내 임상 데이터 제출을 이번 허가의 조건으로 달았다. 앞서 식약처는 국내에서 전문가용으로 허가를 받고 해외에서도 자가검사용 임상시험을 거쳐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제품에 대해 조건부 허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었다.

이번에 허가된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제품은 지난해 11월 임상적 민감도 90%, 특이도 96%로 전문가용 제조품목 허가를 받고 독일 등 해외 7개 국가에서 자가검사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 다른 휴마시스 제품은 지난 3월 민감도 89.4%, 특이도 100%로 전문가용 허가를 받았으며 현재 체코 등 3개국에서 자가검사용으로 사용 중이다.

민감도는 질병이 있는 환자 중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타날 확률을, 특이도는 질병이 없는 환자 중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타날 확률을 말한다. 민감도가 높을수록 위음성률이 낮아지고 특이도가 높으면 위양성 판정이 줄어든다.

이번 자가검사키트 도입으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찬반이 갈리고 있다. 아직 실생활에서 자가검사키트의 민감도가 충분히 높지 않아 자칫 코로나19 양성 환자들을 걸러내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환자가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의료계 부담을 덜고 산업계에도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확도 떨어지면 오히려 감염자 확산

일단 자가검사 도입을 주장하는 이유는 신속하게 무증상자를 걸러내 보이지 않는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정확하지 못한 검사 결과는 오히려 감염을 더 확산시킬 수 있다.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자가) 하루 1만명씩 나와 확진자에 대한 PCR 검사도 못하고 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바로 못하는 상황이라면 민감도가 떨어져도 그거(자가검사키트)라도 써서 확진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확진자가 1000명도 안되는 상황에선 급하게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정확도가 떨어지는 검사수만 늘리고 사람들의 활동이 늘어난다면 코로나19 방역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코로나19에 감염된 무증상자들이 잘못된 음성 판정을 믿고 안심하고 돌아다니면 오히려 집단 발병을 더 초래할 위험이 있다.

이재갑 교수는 “어느 정도 방역이 된 상황에서 유행을 안정시키기 위해 검사수를 늘릴 수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 검사만 늘리는 방법은 안된다”고 강조했다.

◇병원서 PCR 진단하기 전 1차 스크리닝 효과, 의료계 부담덜고 산업계도 이득

업계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바이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식약처 검증과정을 거쳐 허가 받은 제품”이라며 “도입이 결정된 이상 확진자 선별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의 한 관계자는 “PCR 검사가 가장 정확하긴 하지만 지금같이 불특정 다수의 환자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1차 스크리닝 도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자수가 대폭 늘어날 때 먼저 한번 확진자를 걸러주어 의료 시스템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가정용 자가검사키트가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자가검사키트로 검사를 한번 해보고 (양성일 경우) 그다음에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는게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자가검사키트의 정확도의 향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관계자 또한 앞서 이재갑 교수와 마찬가지로 정확도 향상을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코로나19가 독감처럼 계절병으로 올 경우 (자가검사키트는) 더더욱 많이 있어야 된다”며 “민감도가 적어도 95% 이상은 돼야 가정에서 한번 스크리닝하고 병원에서 PCR을 받는 것이 산업적으로도 의미가 있고 팬데믹 상황에서도 서로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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