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공채’ 취임사와 거리 먼 공수처장 비서관 특혜채용 논란

이태훈 기자 입력 2021-04-16 12:16수정 2021-04-16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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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 참석한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2021.3.16 사진공동취재단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의 5급 비서관 ‘특혜 채용’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김 처장이 취임하자마자 해당 직원을 외부 추천으로 채용한 것이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한 채용’을 약속한 취임사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처장은 올 1월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 사무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채용절차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 처장은 취임사 말미에 “다양한 경력과 배경을 가진 인재들을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채용함으로써 공수처를 활력 있는 조직, 일하고 싶은 조직으로 만들겠다”며 “또한 외부위원들이 참여하는 투명한 면접시험 등의 절차를 통해 출신과 배경에 관계없이 사명감과 자질을 갖춘 인재들을 공수처의 검사와 수사관, 직원으로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김모 비서관이 김 처장 취임 당일 아침 지원 서류를 접수하고, 공수처가 다음날 비서관으로 임용한 것은 ‘외부위원들이 참여하는 투명한 면접시험 등을 통해 직원을 선발하겠다’는 김 처장의 취임사 공약과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비서관 별도 채용은 최근 정원 미달로 임용 절차가 마무리된 공수처 검사 채용에서 공개채용 원칙이 지켜진 것과도 차이가 있다. 법조계에서는 김 처장이 취임 당일 한편에서는 특정 직원을 별도 채용하는 절차를 진행하면서 그날 오후 열린 취임식에서는 투명한 공개채용 방침을 대외적으로 밝힌 것이 결과적으로 말과 행동이 다른 처신을 한 셈이 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문제의 김 비서관은 지난달 7일 공수처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면담조사를 위해 김 처장의 제네시스 관용차를 정부과천청사 외부로 보내 이 지검장을 은밀하게 출입시킬 때 해당 차량을 운전했던 사람이다. 김 비서관의 부친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에 울산 지역의 군수 후보로 공천을 신청했다가 경선에서 탈락한 정치인으로 알려져 특혜 논란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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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는 처장 비서관 채용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대통령령인 별정직공무원 인사 규정에 따르면 공수처가 비서관을 채용할 때는 공고와 심사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공정’이 화두인 시기에, ‘공정성’을 생명처럼 지켜야할 공수처에서 특채 논란이 불거졌다는 점에서 단순한 법규정 위반보다 더 심각한 ‘도덕성’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도 공직자 채용 과정에서 잡음이 이는 것 자체가 김 처장이 그간 강조해온 공정성과 투명성 원칙을 거스르는 것일 뿐 아니라 수사기관으로 안착하기 위해 갈 길이 먼 공수처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처장은 초대 공수처장으로 취임할 당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공수처 불범에 대해 ‘역사적’ 의미까지 부여했다. 그는 “저는 오늘 우리 시대의 역사적 과제인 공수처의 성공적인 안착이라는 시대적 소임 앞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이 자리에 섰다”며 공수처 안착을 역사적 과제로 평가했다. 이어 공수처 출범에 대해서는 “오늘 역사적인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다”며 “저는 공수처의 역사를 시작하는 초대 공수처장으로서 국민 앞에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또 “누구도 법 위에 존재할 수 없다는 법 앞에 평등과 법의 지배의 원리를 구현해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과 관련해 수사중단 외압 의혹의 피의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난달 면담 조사하면서 공수처장 관용차를 제공해 ‘황제 조사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김 처장이 역설한 ‘법 앞의 평등’에 모순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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