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은 계속 영업중… 금지 대상 아닌 안마시술소 빌려 술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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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 풀린 거리두기]영업정지 무시하는 일부 룸살롱 르포

불꺼진 유흥가… 몰래 불 밝힌 룸살롱 서울 강남의 룸살롱 밀집지역은 간판도 꺼지고 적막했지만, 불법 영업은 여전히 
활개치고 있었다. 13일 밤 역삼동에 있는 한 룸살롱에서 약 50m 떨어진 골목에서 고객으로 추정되는 남성들이 승용차에 
올랐다(위쪽 사진). 룸살롱을 찾았던 고객들은 다음 날 0시 37분경 후문으로 몰래 빠져나와 길을 걸어갔다. 신원건 
laputa@donga.com·오승준 기자
불꺼진 유흥가… 몰래 불 밝힌 룸살롱 서울 강남의 룸살롱 밀집지역은 간판도 꺼지고 적막했지만, 불법 영업은 여전히 활개치고 있었다. 13일 밤 역삼동에 있는 한 룸살롱에서 약 50m 떨어진 골목에서 고객으로 추정되는 남성들이 승용차에 올랐다(위쪽 사진). 룸살롱을 찾았던 고객들은 다음 날 0시 37분경 후문으로 몰래 빠져나와 길을 걸어갔다. 신원건 laputa@donga.com·오승준 기자
“안마시술소를 빌려서 영업하다 보니 아무래도 기존 룸살롱보단 방이 좀 좁아요. 그래도 편하게 술 드시긴 괜찮아요.”

13일 밤 서울 강남구에 있는 A룸살롱은 정부의 유흥시설 영업 중지는 안중에도 없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매일 ‘정상 영업’ 하고 있으니 언제든 찾아 달라”더니 “지하철 2호선 역삼역 근처에 오셔서 다시 연락을 달라”고 했다. “단속은 걱정하지 말라”는 말도 수차례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2일부터 서울·경기 지역과 부산에서 유흥시설 6종(유흥주점 단란주점 감성주점 등)의 영업을 모두 금지했다. 유흥주점에 속하는 룸살롱도 당연히 문을 열 수 없다. 하지만 인터넷 유흥정보 사이트에 이름을 올린 룸살롱들은 하나같이 ‘영업 중’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주변에 가서 살펴봐도 몰래 영업하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됐다.

○ “영업 중지요? 걱정 말고 오세요”

동아일보가 이날 확인한 룸살롱 6곳 가운데 2곳은 원래 영업장이 아닌 인근 안마시술소에서 장사를 하고 있었다. A룸살롱 직원은 “안마시술소는 영업금지 대상이 아니라서 문을 열어둬도 별로 의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늦은 시간에는 더욱 조심스레 운영했다. 이 업소들은 오후 10시가 되자 외부 간판을 끄고 불빛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신경 썼다. 앞문은 잠그고 뒷문으로 조용히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해당 직원은 “기존 룸살롱보다 시설은 아무래도 떨어져 손님들이 불편한 점이 없지 않다. 그래도 친한 지인들끼리 몰래몰래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들이 안마시술소를 영업장으로 택하는 이유는 또 하나 있다고 한다. 원래도 ‘불법 영업’을 하던 곳이라 보안을 유지하기가 쉽다는 것. “‘숨겨진 비상구’ 등이 마련돼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도 했다.

유흥주점 밀집 지역은 경찰 등이 수시로 순찰을 돌았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 듯했다. 강남구에 있는 한 ‘룸살롱 골목’은 얼핏 봐선 쥐죽은 듯 조용했다. 간판도 모두 꺼져 길가는 어두컴컴했다. 하지만 건물 뒤쪽으로는 10∼20분 간격으로 짙은 색 승용차들이 조용히 드나들었다. 멀리서 지켜보니 고객으로 보이는 남성들이나 종업원으로 짐작되는 여성들이 타고 내렸다. 오후 9시 50분경 순찰차 1대가 룸살롱 정면에 서 있자, 이들을 태운 승용차는 한참 동안 주변 골목을 빙빙 돌더니 남성 2명을 태우고 룸살롱 뒷골목으로 들어갔다.

○ 다른 지역으로 옮겨 영업 이어가기도

인근에 있는 또 다른 룸살롱도 밖에서는 영업을 하는지 도무지 짐작할 수 없었다. 건물 창문은 모두 검게 칠해져 있어 불빛이 새어나오지도 않았다. 그런데 건물 뒤편에 설치된 환풍기 10여 대는 계속해서 돌아가 누군가 내부에 있다는 걸 보여줬다. 오전 1시경에는 룸살롱에서 ‘콜’을 한 듯 고객을 태우려는 택시 서너 대가 인근 골목에 서 있기도 했다.

해당 룸살롱 직원도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업소는 원래 1층부터 5층까지 다 영업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단속 때문에 1, 2층은 문을 닫고, 위층들만 손님을 받아요. 밖에서 봐선 절대 알 수 없죠.”

룸살롱 밀집 지역의 단속이 심해지자 아예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간 업소들도 있었다. B룸살롱 직원은 “송파구나 관악구로 가면 비교적 경찰이나 구청 눈을 피하기 좋은 동네들이 있다. 평범한 노래연습장을 룸살롱으로 꾸며 영업하는 곳들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노래방 역시 영업금지 대상이 아니다 보니 오후 9시 반 정도까지 고객을 받은 뒤 문을 잠그고 영업을 이어간다고 한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강남구가 12일 역삼동의 한 룸살롱 업주와 직원, 손님 등 98명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해당 업소는 지난달 24일을 포함해 지금까지 총 3차례 불법 영업으로 적발됐으나 건물 층마다 등록을 달리해둔 이른바 ‘쪼개기 영업’으로 영업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오승준 ohmygod@donga.com·조응형 기자
#룸살롱#영업중#안마시술소#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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