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이 선거는 무슨, 공부 해”…첫 투표 앞둔 18세 울상

뉴시스 입력 2021-04-06 13:45수정 2021-04-0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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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8세 생애 첫 투표 앞둔 시점
"공부하라며 공약집도 못보게 해"
특정 후보 뽑으라고 강요 사례도
"청소년도 주체적존재 인식 필요"
4·7 재보궐선거에서 생애 첫 투표권을 행사할 올해 만 18세 유권자들 일부는 가족 등 주변 어른들의 과도한 간섭 등에 불편함을 겪고 있다.

2019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지난해 4·15 총선부터 만 18세인 청소년도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번 4·7 재보궐선거는 만 18세가 참여하는 두 번째 선거로, 올해 만 18세가 된 이들은 생애 첫 투표인 것이다.

6일 뉴시스가 취재한 만 18세 청소년들은 첫 투표를 앞두고 기대감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일부 어른들이 자신들의 선거 참여를 방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장 큰 이유는 ‘공부’였다.

서울 지역 고등학교에 3학년에 재학 중인 정모양은 “첫 투표를 해야 하니 기분이 좋아야 하지만, 가족들이 고3이 공부에만 전념하기에도 부족한데 선거에 집중이 분산된다고 잔소리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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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며칠 전부터 기사도 못 읽게 하고 선거와 관련된 것에는 신경 쓰지 못하게 한다”며 “투표를 하고 싶지만 가족들의 반대로 학원에만 있어야 할 것 같아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성모양도 “한 선생님께서는 생애 첫 투표를 축하한다고 말해주셨는데 가족들은 고3이 공부를 해야지 무슨 투표냐며 핀잔을 주고 집으로 온 정책 공약집도 못 보게 했다”고 전했다.
청소년 유권자들을 향한 어른들의 투표 통제는 ‘금지’가 아닌 ‘강요’의 모습으로도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아직 어린 아이라고 생각하는지 특정 후보를 찍으라는 식의 압력을 넣는 방식이다.

서울에 거주하며 올해부터 투표권을 갖게 됐다는 A양은 할머니에게 투표와 관련해 여러 차례 간섭을 받았다고 한다.

A양은 “할머니가 자꾸 붙잡고 이상한 영상을 보여주면서 특정 후보를 뽑으면 공산국가가 될 것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내 소신대로 투표하는 건데 내 얼굴 볼 때마다 그러시니까 나도 나대로 화난다. 그렇다고 할머니한테 화낼 수는 없는 입장이라 더 짜증난다”고 밝혔다.

성양은 “학교에서 한 선생님이 특정 후보를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약간 강요하듯 얘기해서 부담스럽고 불편했다”고 이야기했다.

서울시내 특성화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차모군은 “크게 압박을 받은 적은 없지만 시골에 계신 할머니가 갑자기 오랜만에 전화해서 특정 당을 찍으면 절대 안 된다고 하셔서 당황하긴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충분히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능력이 있는데 어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청소년 운동단체인 촛불중고생시민연대 최준호 상임대표는 “사회가 중고등학생들을 개개인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시민으로 보지 않고 대학 하나만 바라보며 공부만 열심히 하라고 한다”며 “청소년을 객체적인 존재가 아닌 주체적인 존재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이윤주 연구위원은 “일부 기성세대의 경우 만 18세 유권자층이 합리적이고 올바른 투표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지금까지 청소년층은 미디어나 가정, 학교 교육 등 다양한 형태로 정치사회화를 경험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청소년으로서, 그리고 청년이 돼서도 일상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합리적인 유권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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