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기관서 일해도 몰라”…성범죄자 관리 또 사각지대

뉴스1 입력 2021-04-06 08:08수정 2021-04-07 10:16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아동 성폭행 혐의로 징역 12년을 복역 후 출소한 조두순(68)이 뒷짐을 지고 이동하고 있다. 2020.12.12/뉴스1 © News1
성범죄자들의 출소 이후 관리 사각지대(뉴스1 3월31일 보도)가 계속 발견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제한 명령’ 제도에서 허점이 드러났다.

법원으로부터 유죄를 선고받은 성범죄자들이 구속되지 않을 경우 판결 이후에도 어린이집, 학원, 대학교 등에서 최대 1년 이상 근무할 수 있는 상황이다.

6일 여성가족부와 행정기관 등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합동 점검을 한 결과 총 80명의 성범죄자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을 운영하거나 종사하고 있는 사실을 적발했다.

이들은 Δ학원 7명 Δ과외교습 7명 Δ어린이집 3명 Δ대학 5명 Δ의료기관 5명 Δ체육시설 27명 Δ게임시설 3명 Δ경비원 5명 Δ경비업체 6명 Δ청소년 활동 시설 7명 Δ기타 5명 등으로 나타났다.

주요기사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교사 등 공무원은 형사사건의 피의자로 기소될 경우 소속 기관의 장에게 그 사실이 통보되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현직 공무원들이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로 재판에만 넘겨져도 자체 징계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아동·청소년 관련 시설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제도 등은 없다. 이번 적발 사례를 살펴봐도 아동·청소년과 직접적으로 교류해야 하는 교육시설에서만 총 17명의 성범죄자가 별다른 필터링 없이 근무를 하고 있었다.

경찰의 입건, 검찰의 기소, 법원의 판결 과정에서도 소속 기관이 이를 파악하기 어렵다. 사법 기관들이 이 사실을 통보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설령 소속 기관이 수사 과정에서 이 사실을 인지하더라도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인해 해임 등의 조치를 취할 수도 없다.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으로 분류된 시설에 취업을 한 이후 성범죄를 저질러 벌금형과 집행유예를 선고받거나 취업을 하기 전 재판을 받고 있을 경우 사실상 소속 기관이 스스로 알아차릴 수 없는 구조다.

여가부도 문제 인식을 가지고는 있지만 뚜렷한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1년에 한번씩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 등에 시설 운영자와 종사자에 대한 범죄이력을 조회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시기에 맞게 자료 제출을 하지 않은 기관도 많다.

지도감독하는 곳이 명확하지 않은 시설의 경우 관련 기관들끼리는 책임을 미루는 일도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가부는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를 내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감사원에서 관련 기관에 징계를 할 수는 있다.

여가부는 관련 기관이 성범죄 이력 조회 결과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수차례 공문을 보내고는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성범죄자가 최소 수개월에서 1년 이상 주변의 눈을 피해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서 일을 하더라도 알아채지 못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부산 금정구와 해운대구 등 지자체에서도 관내 공원, 광장, 둔치 등에서 근무 중이던 총 3명이 적발, 한달 뒤 해임 됐다. 금정구 관계자는 “채용 당시에는 성범죄 관련 이력이 없었지만 관련 기관의 요청을 받고 조회를 한 결과 범죄 경력이 나와서 해지했다”고 설명했다.

여가부는 올해부터 성범죄 경력자 취업 여부 점검 업무를 ‘국가사무’에서 ‘지방정부’ 사무로 이양했다고 밝혔다. 여가부는 “점검 업무를 지역 사회에서 책임감을 갖고 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두고 근본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 또한 나온다. 업무 권한과 내용에는 변화가 없이 ‘책임감’을 강조하는데 그치면서다.

성범죄자들의 판결에 담겨 있는 출소 이후 신상정보 공개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제한 명령에 대한 부실한 관리 실태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국회와 여가부 등 소관 기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뉴스1)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