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세종시의원 부인 매입한 땅, 바로앞에 도로 생기며 가치 급등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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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 부동산 거래]의심스러운 거래 들여다보니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에 있는 민병원 국가보훈처 기획조정실장 장모 소유의 건물(왼쪽 사진). 민 실장 가족은 2017년 이곳 토지를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지정 11개월 전에 사들여 건물을 지은 뒤 지난해 장모에게 팔았다. 세종시의회 김원식 의원의 부인이 
2019년 11월 매입한 세종시 조치원읍 서창리 토지(오른쪽)에는 공사 자재와 폐기물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세종=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에 있는 민병원 국가보훈처 기획조정실장 장모 소유의 건물(왼쪽 사진). 민 실장 가족은 2017년 이곳 토지를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지정 11개월 전에 사들여 건물을 지은 뒤 지난해 장모에게 팔았다. 세종시의회 김원식 의원의 부인이 2019년 11월 매입한 세종시 조치원읍 서창리 토지(오른쪽)에는 공사 자재와 폐기물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세종=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25일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의 2층 단독주택. 가느다란 철제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는 마당 한쪽에 창고로 쓰이는 듯한 온실과 잘 가꿔진 밭이 있었다. 잔디가 깔린 마당 주변으로는 강아지 세 마리가 뛰어다니고 있었다.

이 땅과 주택은 민병원 국가보훈처 기획조정실장(57)이 지난해 7월 30일 장모 A 씨에게 판 건물이다. 25일 공개된 ‘2021년 정기 재산변동 신고사항’을 보면 이 토지는 2억3000만 원에, 건물은 2억5000만 원에 팔렸다. 현재 민 실장 가족은 전세금 2억3000만 원을 주고 이곳에 살고 있다.

민 실장이 살고 있는 이 일대는 2018년 8월 정부가 스마트 국가산업단지로 지정하면서 투기 논란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그러나 민 실장과 가족들은 투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민 실장의 한 가족은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공직자의 다주택 문제가 불거진 뒤 이를 급히 해결하려 한 것”이라며 “은퇴하고 나서도 계속 지낼 생각으로 집을 지었는데, 전세로는 한 달 안에 팔 수가 없어 (A 씨에게) 판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초 정세균 국무총리가 “고위 공직자 중 다주택자는 하루빨리 매각할 수 있게 조치하라”고 지시하자 서둘러 집을 팔기 위해 친인척에게 부탁을 했다는 것이다. 민 실장의 가족은 또 “전세금 등이 오간 기록은 모두 통장에 남아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기 의혹과는 별개로 건물을 친인척에게 판매해 다주택자에서 벗어난 것은 정부의 방침과 동떨어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부가 가지고 있던 세종시 다정동의 아파트를 대신 처분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특공(특별공급)으로 받은 집을 팔면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팔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건물을 장모에게 팔아 7000만 원의 차익을 거둔 것은 “시세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토지를 1500만 원의 차익을 남기고 판 점에 대해서도 “세금과 중개비용을 빼면 남는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광역의원인 김원식 세종시의원의 부인이 2019년 세종시 조치원읍 서창리에 토지를 매입한 경위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김 의원은 부인 등이 2015∼2019년 개발사업 예정 부지를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 이미 경찰 수사를 받고 있었는데, 인근 토지 매입이 추가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김 의원의 부인은 2019년 11월 세종시 조치원읍 서창리에 있는 작은 땅(107m²)을 1억3000만 원에 매입했다. 이곳은 앞서 김 의원의 부인 등이 땅을 보유해 투기 의혹을 받은 조치원 서북부지구 도시개발사업 예정지와 불과 약 500m 떨어져 있다. 이날 동아일보가 찾은 김 의원의 땅은 메마른 흙바닥이 드러나 있고 군데군데 잡초가 자라 시들어 있었다. 바로 옆 토지에서 진행되는 공사 자재와 폐기물들이 어지럽게 방치돼 있었다. 인근의 깨끗한 포장도로와 인근의 새 건물과는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인근 공사 현장에서 자재를 나르던 한 주민은 “(김 의원의 땅이) 1∼2년 전만 해도 사람들이 농사를 짓던 밭이었다”며 “주인이 바뀌더니 아무것도 하지 않아 쓸모없는 땅이 됐다”고 말했다. 인근에 사무실을 둔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해 12월 (김 의원의 땅) 바로 옆을 지나는 도로가 완성돼 가치가 크게 뛴 곳”이라고 했다.

앞서 한 시민단체는 “김 의원이 조치원 서북부지구 도시개발사업 예정지인 봉산리 일대에 부인과 모친의 명의로 토지를 사들였다”며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이 단체는 김 의원이 소유한 농업용 창고 불법 개조와 진입도로 포장 특혜 의혹 등 여러 문제를 제기하며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세종경찰청 관계자는 “김 의원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다 개발지역 인근 땅 매입 사실을 추가로 확인하고 이를 포함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종민 blick@donga.com·김윤이 / 세종=유채연 기자
#세종시의원#부인 매입한 땅#의심스러운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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