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형제복지원장 무죄 유지… 피해자 “국가가 우릴 또 버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2일 03시 00분


“법 적용 잘못 없어” 비상상고 기각
대법 “피해회복 조치는 취해져야”

법정 앞 주저앉은 피해자 11일 대법원이 “형제복지원 원장의 특수감금 혐의에 대한 1989년 무죄 판결을 취소해야 
한다”는 검찰총장의 비상상고를 기각하자 법정을 나온 피해자가 “국가가 우리를 또 버렸다” “30년 전 판사들도 똑같은 말을 
했다”며 울먹이고 있다. 정부가 1975∼1987년 부랑자 선도 명목으로 운영했던 형제복지원에서는 고아 등 3200여 명이 감금돼
 가혹 행위를 당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법정 앞 주저앉은 피해자 11일 대법원이 “형제복지원 원장의 특수감금 혐의에 대한 1989년 무죄 판결을 취소해야 한다”는 검찰총장의 비상상고를 기각하자 법정을 나온 피해자가 “국가가 우리를 또 버렸다” “30년 전 판사들도 똑같은 말을 했다”며 울먹이고 있다. 정부가 1975∼1987년 부랑자 선도 명목으로 운영했던 형제복지원에서는 고아 등 3200여 명이 감금돼 가혹 행위를 당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대법원은 형제복지원 원장 고(故) 박인근 씨의 특수감금 혐의에 대한 무죄 판결을 취소해야 한다는 검찰총장의 비상상고를 11일 기각했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비상상고는 확정 판결에서 법령을 잘못 적용한 오류를 시정해 법 해석을 통일하려는 절차”라며 “이 사건은 법을 잘못 적용했거나 사건(심리)에서의 위법이 있는 경우가 아니다”라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대법원은 “과거 법원이 위헌인 내무부 훈령을 근거로 들어 박 원장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기 때문에 이를 취소해야 한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 “훈령은 (재판부가) 법 적용의 전제로 삼은 여러 사실 중 하나일 뿐이다”라며 법원의 법 적용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은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인간 존엄성의 침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국가가 아동, 장애인 등 약자들을 부랑인으로 구분해 사회에서 격리하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감금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고 강제노역을 통해 노동력을 착취하도록 묵인, 비호했다”며 “피해 회복 조치가 취해지고 피해자들의 아픔이 치유돼 사회 통합이 실현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형제복지원은 정부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랑인을 선도하겠다면서 부산 지역에 만들어 운영한 시설이다. 매년 3200여 명의 고아나 장애인, 노숙인들이 이곳에 격리돼 강제로 노역을 하고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1989년 대법원은 형제복지원에 수용자들을 감금한 뒤 강제노역 등을 시킨 혐의를 받았던 원장 박 씨에 대해 “당시 내무부 훈령에 따른 조치였고, 법령에 의한 행위는 처벌하지 않도록 형법으로 정해져 있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은 2018년 11월 “내무부 훈령 자체가 위헌이었기 때문에 이 훈령을 근거로 박 씨에 대해 무죄 판결한 건 위법”이라며 비상상고를 신청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이날 대법원 판결에 대해 법정에서 “국가가 우리를 또 버렸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고도예 yea@donga.com·배석준 기자
#대법#형제복지원장#무죄#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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