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억대 부동산 사기’ 광주역 회의실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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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3월 10일 06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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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발생한 70억원대 부동산 사기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들을 양산한 장소 중 한 곳이 ‘광주역 회의실’이었다는 진술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뉴스1>이 10일 입수한 관련 사건 고소장에는 광주지역에서 활동하는 한 투자회사로부터 사기를 당해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까지 피해를 입었다는 17명의 진술이 담겨 있다.

고소장에 따르면 고소인 중 한명인 A씨는 광주역에서 근무하던 지난 2013년 1월 무렵 광주역의 회의실에서 진행한 교육에 참여했다가 사건에 휘말리게 됐다.

A씨는 당시 사내 메일을 통해 ‘광주역 회의실에서 직원들의 재산 증식을 위한 재테크 교육을 한다’는 식의 안내를 보고 교육에 참여하게 됐다.

이 교육에는 A씨 외에도 광주역 직원 10여명이 참여했고, 1시간가량 진행됐다.

교육에는 B투자회사 간부들과 광주의 한 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라고 밝힌 3명이 번갈아 가며 진행했다.

이들은 하나 같이 ‘현금을 가지고 있으면 안 되니 땅에 투자하라. 화폐개혁이 되니 현금은 가치가 없고, 가지고 있으면 손해니 무조건 토지에 투자해야 한다’는 식으로 참여자들을 설득했다.

특히 ‘한국은행 박승 (전)총재가 이미 화폐개혁을 하기 위해 모든 준비를 끝냈으니, 곧 1000대1로 화폐개혁이 이뤄지며 개혁 후에는 돈의 가치가 없어진다’고 재촉했다.

이어 ‘구미와 용인에 좋은 땅이 있다. 이런 고급 정보는 선택받은 여러분들(참석자)만 아는 것’이라며 ‘해당 부지에 타운하우스가 건립돼 분양되면 2~3배 정도의 땅값을 받게 되고 단기에 땅값을 회전해서 에너지 회사의 주주로까지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주겠다’며 꾀어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절대 기획부동산이 아니다. 기획부동산과는 차원이 다른 자본금이 튼실한 회사다. 광주 사람들이 워낙 피해를 많이 보기에 그런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자본금을 높여 회사를 설립했다’고 참석자들을 안심시키는 치밀함을 보였다.

결국 이들의 말에 설득된 A씨는 거액을 투자해 구미에 있는 땅을 구입했다.

하지만 이들이 사업 추진을 약속했던 2013년 말이 되도록 개발로 인한 이익은 없었고 땅을 구입하느라 낸 은행 대출 빚만 늘어갔다.

이상함을 느낀 A씨는 당시 직원들에 제테크 교육을 주선했던 광주역장 C씨를 찾아가 ‘B회사 관계자들을 어떻게 알게 됐고, 장소를 왜 제공해 준 것인지’ 등을 따져 물었지만, 그는 ‘교회 기도모임에서 B회사 간부들을 알게 됐고, 광주 한 대학에서 18만원씩 수강료를 받고 해주는 교육인데 광주역 직원들한테만 무료로 해주겠다고 해 어쩔 수 없이 제공해줬다. 이런 일이 발생할 줄은 몰랐다. 미안하다’는 식의 말만 되풀이 했다.

피해를 입은 광주역 직원은 A씨 외에도 3~4명이 더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B회사는 광주역 직원들 외에도 다양한 장소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크고 작은 투자강연회 등을 열어 투자자를 모으고 자신들이 소유한 부지를 당시 실거래가보다 10배가량의 비싼 가격에 매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 1만5196㎡(4605평) 부지를 71개 주소로 나눠 3.3㎡당 120~130만원을 받고 수십여명에게 쪼개 판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액만 74억원에 이른다.

B회사 관계자들은 교수나 재력가들도 아니었으며, 투자 가치가 높다는 B회사 측의 말과 달리 개발 가능성도 턱없이 낮았다는 게 고소인들의 주장이다.

고소인들은 자신들이 구매한 토지 가운데 일부는 개발된 부지도 있었지만, B회사는 수십명을 공유지분으로 묶어 등기를 변경하고, 다시 번지를 나누는 식의 수법으로 주택구매자들에 전부 이전, 투자자들은 개발 부지에 대한 지분은 모두 사라지면서 이른바 ‘맹지’로 분류되는 임야 부분만 소유하게 됐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고소인들은 현재 건강이 악화되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사법당국의 철저한 수사를 호소하고 있다.

현재 해당 고소 사건을 진행하고 있는 법률사무소 관계자는 “B회사 측은 ‘단순한 투자를 권유했고, 잘 안됐던 것일 뿐’이라는 식의 해명을 내놓고 있지만, 교수를 사칭하고 그럴듯한 회사 이름을 만들어 피해자들을 꾀어냈다는 점에서 기획부동산과 매우 유사하다”면서 “철저한 수사를 통해 더는 피해자들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해당 고소장은 광주지검에 접수됐다. 검찰에서 직접 수사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광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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