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인삼종주국 뿌리째 흔드는 현실 직시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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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배 한국인삼협회 회장
반상배 한국인삼협회 회장
예부터 인삼은 하늘이 내린 명약(名藥)이라 했다. 땅을 갈아 옥토를 만드는 데 2년여의 시간과 정성을 들인 후 다시 6년여간 인고의 세월을 거쳐야 비로소 한 뿌리의 귀한 삼을 얻을 수 있다. 인삼은 태양과 비와 땅의 힘에 인간의 노력이 켜켜이 쌓여 이뤄낸 기적의 산물이다. 대대로 이어진 노력은 천년종주국이라는 대한민국의 자부심이 됐다.

그런데 그 자부심이 무너지고 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악재가 겹쳤다. 세계 경기 침체로 인한 각국의 보호무역 정책, 중국의 비관세 장벽 강화로 인한 수출 감소, 국내 경기 침체의 장기화에 따른 내수 부진 등으로 우리 인삼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장기화가 그 위기를 심화시켰다. 인삼 판매의 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전국인삼축제’가 코로나19로 전면 취소되었다. 가족 친지들의 면역력을 챙기기 위해서 품질 좋은 인삼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하여 인삼 가격은 약 40% 하락(2019년 7월 4만2900원→2021년 1월 2만6000원·수삼 10뿌리 기준)하게 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입국이 중지되면서 수확철 노동력 수급 문제까지 겹쳐 인건비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이중고를 겪게 됐다. 대대로 인삼을 경작해온 농가들이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까지 당면해 있는 상황이다.

항간에서는 ‘면역력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 인삼은 코로나19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수출도 늘었을 것이다’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오롯이 인삼 제품에만 국한된 것이며 오히려 농가 소득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수삼 매출은 더욱 줄어들어 농가들의 근심이 쌓여가고 있다. 게다가 매년 계약재배 면적도 줄어드는 상황이라 판로 개척도 막막한 농가들이 많다. ‘비싸니까 문제없겠지’라는 인식은 옛말이며, ‘인삼 농사는 걱정 없겠지’라는 말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된 셈이다.

이달 4일 정부는 4차 재난지원금 지급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여 국회에 제출했다. 이번 4차 재난지원금에 대해 ‘맞춤형 피해지원 대책’을 강조하며 대상을 약 385만 명까지 확대하였으며 최대 지급 금액도 500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그런데 이번 지급 대상에서도 인삼을 포함한 농업인들은 외면받았다.

이 땅에서 우리 손으로 키워낸 우리 농산물은 대한민국의 혼(魂)과 다름없다. 이 훌륭한 전통 약용작물이자 식재료는 현재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고려인삼 천년종주국인 우리나라가 앞으로도 세계 최고 품질의 인삼을 재배할 수 있도록 국민 모두와 정부 당국, 국회에서 관심을 가져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반상배 한국인삼협회 회장
#인삼종주국#현실#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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