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배려 필요한 ‘원격수업일 희망급식’[기자의 눈/이소정]

이소정 기자 입력 2021-03-04 03:00수정 2021-03-04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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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정·정책사회부
올해는 아이들이 밥을 굶지 않을 수 있을까.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온라인 수업을 하는 날도 학생들이 학교에 와 급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학생들이 등교를 하지 않는 날이 많아지면서 원격수업 중 끼니를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는 취약계층 학생이 늘어난 탓이다.

시교육청은 지난달 17일 일선 학교에 ‘탄력적 희망 급식 운영’에 관한 안내 공문을 보내 3월 중 이 같은 방식의 급식 희망 학생을 조사하고 매일 예정된 급식 인원에 이 인원을 추가해 식재료와 급식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실제 급식은 4월부터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경북도교육청 역시 탄력적 급식 시행 계획을 세웠다. 올 1월 교육부가 학생 영양 관리를 위해 원격 수업 중에도 학교에서 급식을 먹게 지원하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 각 시도교육청이 후속 조치를 진행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같은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현장 반응은 싸늘하다. 당장 교사들은 마스크를 벗고 밥을 먹는 인원이 늘어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한국교총은 지난달 23일 교육부 등에 정책을 철회해 달라고 요청하는 건의서까지 냈다. ‘밥 굶는 학생보다 교사들의 부담 경감이 더 중요한가’ 하는 생각에 씁쓸하기도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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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책의 더 큰 문제는 아이들이 ‘밥 못 먹는 아이’라는 낙인이 찍힐까 두려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요즘 일부 학생들은 등교하는 날조차 ‘감염이 우려된다’며 급식을 거부하고 조기 하교한다. 그런 상황에서 다른 친구들이나 선생님의 시선을 이겨내고 ‘오직 밥을 먹기 위해’ 하교하는 무리를 거슬러 점심시간에 학교로 들어갈 수 있는 아이들이 몇이나 될까.

교육당국이 정말로 학생들의 끼니를 생각한다면 ‘우리는 급식을 제공했다’는 자기만족을 하기 전에 아이들의 시선에서 그 마음까지 살피는 정책을 펴야 한다. 급식실 문을 열어도 여전히 배고픈 학생들이 문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면 어찌 따뜻한 정책이라 할 수 있겠는가.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배려#원격수업일#희망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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