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32% “백신 미루거나 거부”… 정보 투명공개로 접종 기피 막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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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접종 준비단계… 전문가 9인의 제언
접종 후 사망-이상반응 발생하면, 인과관계 정확히 알려 혼란 차단
백신 효능-안전성 적극 알리고, 접종증명서 등 유인책 마련도 필요
접종 후 항체 생성 2주 걸려…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 지켜야




26일부터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실시된다. 국내에서도 대규모 접종이 본격 시작되는 것이다. 그만큼 관심이 높아지면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10일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팀이 성인 10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6.8%는 ‘접종 시기나 순서를 미루고 싶다’고 답했다. 4.9%는 ‘접종을 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10명 중 3명(31.7%)이 백신 접종에 소극적이거나 불신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접종이 시작된 후 여러 문제가 발생하면서 불안과 불신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규모 접종과 함께 어떤 상황이 나타날지, 방역당국과 개인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전문가 9명의 제언을 들어봤다.

● 사망·이상반응으로 인한 접종 기피


김탁 순천향대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접종 후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되 과학적으로 인과관계가 있는지 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의 경우 접종 후 발생한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미확인 정보까지 퍼지면서 혼란이 커졌다. 결국 정부가 계획했던 접종률을 달성하지 못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문제 발생 시 그것이 백신에 의한 것인지, 환자의 연령이나 건강 상태에 의한 것인지 알 수 있게 접종자의 기저질환이나 고령층 사망률 등을 미리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고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국민들도 스스로를 살펴 자신의 몸 상태가 최적일 때 백신을 맞아야 한다”며 “접종시기가 됐는데 감기에 걸리는 등 몸이 안 좋다면 개인이 쉽게 연기할 수 있게 시스템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또 “접종 전 의료진이 체온 뿐 아니라 염증수치를 검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고위험군의 경우 염증수치가 높은 상태에서 접종하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어서다.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 교수는 “요양병원에서 의료인을 채용할 때, 학교에서 교원을 임용할 때 접종 증명을 요구할 수도 있다”며 “이렇게 접종 이력이나 증명서 활용도를 높이면 기피 현상을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특정 백신 선호하거나 거부


국내외에서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령층 효과, 미국 화이자 백신의 이상반응 여부 등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접종 시작 후 백신 선호도의 차이가 커질 수 있다. 하지만 백신 선택권은 없다. 남재환 가톨릭대 의생명과학과 교수는 “백신의 역할은 감염 자체를 막는 것과 중증 진행을 막는 것 두 가지인데 국내 도입 백신은 두 측면 모두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며 “임상시험 효능 결과만을 가지고 무엇이 더 낫다고 비교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남 교수는 “백신은 ‘나’가 아닌 ‘우리’를 위해 접종받는 것”이라며 “자기 차례가 왔을 때 반드시 접종받아야 집단면역을 완성할 수 있다는 점을 모두가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이 접종 필요성에 공감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질병관리청 예방접종전문위원인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도 “약간의 차이는 있더라도 안전성과 효능 면에서 모두 검증된 백신임을 정부가 충분히 알리고 홍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접종에 대한 의문과 불안을 정부가 직접 해소해 줄 소통창구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무엇보다 쌍방향 소통이 중요하다”며 “국민이 묻고 정부가 궁금한 것을 답할 수 있는 사이트 같은 것을 개설하는 것도 좋겠다”고 제언했다. 최 교수는 그러나 “정치적 의도를 담은 왜곡된 보도나 소문 유포에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접종 후 방역수칙 위반이나 불복


접종이 시작되면 대상자는 물론 사회 전체의 방역의식이 약화될 수 있다. 이진서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회 접종하는 데 어느 정도 기간이 걸리고 완료 후 항체 생성까지 약 2주가 더 걸린다”고 설명했다. 남 교수는 “백신을 접종한다고 감염을 완벽히 막는 게 아니고 ‘무증상 감염’도 발생할 수 있다”며 “접종 후에도 한동안은 마스크를 잘 쓰는 등 방역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접종 후 방심은 오히려 변이 바이러스 발생 등 더 큰 위험을 부를 수 있다. 최 교수는 “바이러스는 항상 제 살 길을 찾기 위해 변이를 한다”며 “백신 접종 후 방역수칙을 안 지키면 유행이 확산되면서 변이가 나타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의 대응 태세 진단을 위한 꾸준한 의식 조사 실시를 강조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이종구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영국에서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접종에 대한 의식이나 (백신) 선호도 조사를 하고 대응책을 마련한다”며 “행동과학에 기초해 전략을 짜고 시뮬레이션도 하며 접종률을 높일 과학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런 전략은 중앙정부만의 몫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것이라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그는 “결국 감염관리와 접종을 수행하는 것은 각 지자체”라며 “지자체장들이 접종 전략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예측하지 못한 백신 수급 차질


백신 공급이 일시적으로 지연되는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물량이 계획대로 들어오지 않을 상황에 늘 대비해야 한다”며 “2회 접종 백신의 경우 확보한 물량을 한 번에 다 접종하지 말고 2회 접종 분량을 남겨두는 식으로 안정적, 보수적으로 접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추가 물량 확보에도 힘써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이종구 교수는 “과거 신종인플루엔자 사태 때도 이미 주요 국가들이 백신을 선구매해 뒤늦게 나선 우리는 추가 구매가 쉽지 않았다”며 “추가로 개발되는 백신이 있다면 구입을 검토하고, 기술이전과 위탁생산 등 국내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지 image@donga.com·김소영 기자

도움말 주신 분 (가나다순)
△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예방접종전문위원회 위원) △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 △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교수 △ 김탁 순천향대부천병원 교수 △ 남재환 가톨릭대 교수 △ 이종구 서울대병원 교수 △ 이진서 강동성심병원 교수 △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교수 △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교수
#국민 32%#백신#거부#정보 투명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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