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30대 직장인 A씨는 설 명절 예비 배우자와 함께 지방에 있는 조부모를 찾아뵙기로 했던 계획을 취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여전한 가운데 수도권에 살고 있는 자신과 예비배우자가 고령의 조부모를 찾아뵙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더불어 최근 코로나19 감염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설에도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가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상황도 방문을 주저하게 했다. 조부모 또한 ‘이번에는 내려오지 말라’고 손사래를 쳤다. A씨는 “지난 추석에도 오지 말라고 하셔서 설에는 가겠다고 했는데 아쉬운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누그러지지 않으면서 지난해 추석에 이어 이번 설 명절에도 많은 수의 시민들이 예년과 다르게 고향을 찾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이 고향 방문을 뒤로 미루면서 설 명절 기차표 예매 건수도 뚝 떨어졌다. 한국철도공사가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설 명절 승차권 예매 결과를 분석한 결과, 예매 가능 좌석 83만석 중 33만석만 판매가 진행됐다. 지난해 설 93만석이 판매된 것과 대비했을 때 36% 수준이다.
명절 기차표 예매가 예년 대비 급감한 것에는 철도공사가 방역을 이유로 예매를 100%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창가 좌석에 대해서만 예매를 허용한 조치가 영향을 미쳤지만, 가장 큰 원인은 정부가 시민들의 이동과 만남을 적극적으로 만류하고 나선 데 있다.
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설이 2주 앞으로 성큼 다가왔지만 반가움보다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라며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에도 가족·친지와 함께하지 말라고 말씀드려야 하는 상황이 무척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지난해말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하고 일일 발생 확진자 수가 1000명대를 넘어서는 등 3차 유행이 발생하자 정부는 지난 4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하고 수도권에만 적용했던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도 전국으로 확대했다.
올해 초에 들어 수도권 감염세가 누그러들고 확진자 수도 300명대로 줄어들면서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하향 조정할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독교 종교시설을 중심으로 집단감염 사례가 속출하고 이에 따른 연쇄 감염 사태가 빚어지면서 거리두기 단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1주간 일평균 지역발생 확진자 수가 400명대를 넘어서면서 거리두기 2.5단계 기준(주 평균 400~500명) 밑으로 내려오지 않고 있고 감소하던 감염재생산지수도 다시 1을 넘어서면서 4차 유행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당초 29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조정안을 발표하려 했지만 이를 31일로 연기했다. IM선교회로 대표되는 종교시설발 집단감염의 여파를 좀 더 분석하며 신중한 결정을 내리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정부는 이날 오후 4시30분 거리두기 조정안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거리두기 단계와 5인 미만 집합금지 등의 조치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오후 9시까지로 제한했던 식당, 카페의 영업시간을 오후 10시로 연장하는 등의 세부적인 완화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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