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허가받은 ‘분양형 호텔’ 피해 눈덩이

  • 동아일보

‘관광숙박시설 특별법’으로 객실 분양
수년간 수익금 못받고 법적 분쟁 고통
피해자들, 연합회 만들어 대책 촉구
경영 능력 없는 위탁 운영사 대신 투자자가 직접 경영해 수익내기도

한국분양호텔총연합회 추진위원들이 올해 10월 국회에서 정부 특별법으로 무분별하게 양산된 전국의 분양형 호텔 피해 실태를 알리면서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분양호텔총연합회 추진위원회 제공
한국분양호텔총연합회 추진위원들이 올해 10월 국회에서 정부 특별법으로 무분별하게 양산된 전국의 분양형 호텔 피해 실태를 알리면서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분양호텔총연합회 추진위원회 제공
‘서울 명동 A호텔: 약정 수익 7%, 현재 0%.’ ‘인천 B호텔: 약정 수익 8%, 현재 ―2.62%.’

정부가 해외 관광객 급증에 따라 부족한 숙박시설 확충을 위해 2012∼2016년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분양형 호텔’의 객실을 분양받은 사람들의 피해가 심각하다. 국회와 정부에 피해 대책을 촉구하는 민원이 잇따르자 최근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부서가 실태 조사에 나섰다.

○ ‘고정수익의 꿈’ 앗아간 분양형 호텔
분양형 호텔이 전국 150개에 달하지만 대부분이 분양할 때 약속했던 연간 7∼10%의 수익률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2012년 7월 관광숙박시설 확대를 위해 주차장 면적이나 용적률을 완화해주고 각 객실을 분양할 수 있는 ‘관광숙박시설 특별법’을 시행했다. 이로 인해 제주 40여 곳, 인천 20여 곳 등 전국에 150개가량의 분양형 호텔이 들어섰고 수분양자 5만 명, 총분양가 10조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시행사와 호텔 위탁운영사가 피해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운영권을 쥐고 있어 객실을 분양받은 수분양자와의 법적 분쟁이 속출하고 있다.

객실당 1억5000만∼2억5000만 원씩 분양받은 소액 투자자들은 수년간 수익금을 받지 못하는 것도 억울한데 투자 대출금 외 매달 수십만 원에 이르는 관리비까지 책임져야 하는 처지다. 이들은 2018년 전국분양호텔연합회를 구성해 각계에 피해를 호소해왔다. 또 조만간 분양형 호텔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법 개정 작업과 공동 수익사업 등을 추진할 한국분양호텔총연합회(KPHA)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피해자들이 국회 등에 제출한 분양형 호텔 피해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무분별한 허가로 분양형 호텔이 과잉 공급된 데다 5∼10년간 확정하기로 한 수익금을 지급하지 않는데도 법적 제재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또 분양받은 소액 투자자들이 불공정 계약에 시달리다 법적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운영사 부도 등으로 인해 아무런 구제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 자립 경영에 나선 분양 피해자들
피해자들은 법적 대응과 별도로 위탁 운영에서 직영체제로 전환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중 인천공항철도 운서역 인근의 ‘골든튤립인천공항호텔&스위트’는 분양받은 사람들이 직접 호텔 경영에 뛰어들어 흑자경영을 달성한 성공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수분양자 260명이 2018년 6월 호텔 독립법인을 설립해 적자로 허덕이던 위탁 운영사 대신 호텔 경영을 맡아 6개월 만에 흑자경영을 달성했다.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이 크지만 경영 정상화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골든튤립호텔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분양형 호텔 중에는 문을 닫거나, 직원 급료를 주지 못하는 호텔이 허다하다”며 “인천공항 방역 지원팀들의 장기 투숙을 유치하는 등 객실 주인들이 경영 전선에 나서며 생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실 경영으로 시달리던 경남 거제의 분양형 호텔도 최근 수분양자 중심의 독립경영체제로 전환시키고 문을 다시 열었다. 이처럼 객실 주인들이 경영에 직접 뛰어든 분양형 호텔이 전국 1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관광숙박시설 특별법#분양형 호텔 법적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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