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서 6.5m 거리 뒀는데도 5분새 확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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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난방기 기류로 비말 전파 확인
‘2m 격리’ 방역지침 개선 목소리

에어컨이 켜진 실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6m 이상 떨어져 있었는데도 감염된 사례가 확인됐다. 에어컨 공기 흐름에 의해 비말(침방울)이 멀리까지 날아가는 실내에선 2m 거리 두기만으로 감염 예방이 힘들 수도 있다는 뜻이다.

1일 전북대의대 예방의학교실 이주형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6월 17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A 씨는 5일 전 전주의 한 식당에 함께 있던 다른 손님 B 씨에 의해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두 사람은 6.5m 떨어져 앉아 있었다.

연구팀은 잠복기를 고려해 A 씨가 6월 2∼15일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것으로 보고 감염경로를 조사했다. 이 기간 A 씨는 해외나 전주 이외 지역을 방문한 적이 없다. 직전 2주간 전주에선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밀폐된 환경과 에어컨이 만든 공기 흐름을 원거리 감염의 원인으로 봤다.

건물 1층에 있는 이 식당은 96.6m²(약 29평) 크기인데 출입문 2곳을 빼고는 창문 등 환기 시설이 없다. 천장형 에어컨 2대가 가동 중이던 식당에서 A, B 씨가 함께 머문 시간은 약 5분이다. B 씨 자리에서 A 씨 쪽으로 향하는 공기 흐름은 초속 1.0m였다. B 씨와 4.8m 떨어져 다른 테이블에 앉은 C 씨도 감염됐다. 감염된 두 사람보다 B 씨와 더 가까운 테이블에 앉은 다른 손님은 음성으로 나왔다. 이 손님은 에어컨 공기가 흐르는 방향에서 비켜나 있었다.

연구팀은 “실내 환경이나 공기 흐름 등에 따라 바이러스가 멀리까지 전파될 수 있다”며 “밀접접촉자만 검사 대상으로 분류하는 방식을 바꿔 좌석 배치와 냉난방기 위치, 바람의 방향 등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연구팀 조사 결과는 대한의학회지(JKMS) 최신호에 실렸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식당#6.5m#확진#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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