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의 ‘자충수’ 된 쟁점들… 재판부가 실험해보니 주장과 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8일 19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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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선고 공판 댓글을 이용한 불법 여론 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6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경수 선고 공판 댓글을 이용한 불법 여론 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6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접속 로그가 휴대전화에서 16분간 내내 이어졌는데 해당 기종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후 7시~8시 사이 포장된 닭갈비를 함께 식사하느라 오후 8시 7분~23분에는 브리핑만 진행됐을 뿐, 시연회는 없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댓글조작 자동화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을 봤다는 1심 판결을 뒤집기 위해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이 같은 새로운 주장을 했다. 하지만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함상훈)는 김 지사 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봤다는 판결의 근거로 활용되면서 김 지사에겐 ‘자충수’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지사 측은 킹크랩 시연에 활용된 킹크랩 개발자 ‘둘리’(온라인 닉네임) 우모 씨의 휴대전화 기종 LG ‘옵티머스 뷰2’에는 안드로이드 4.0 버전이 탑재돼 있어 ‘슬립기능’이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슬립기능은 잠금화면에서도 로그 기록이 중단되지 않는 기능을 뜻한다. 특검은 로그 기록이 남은 2016년 11월 9일 8시 7분~23분 가운데 초반 2~3분 가량 시연이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 측은 해당 기종으로 시연회가 이뤄졌다면 8시 10분경에 로그가 중단됐어야 했고, 또 킹크랩 로그 기록이 우 씨의 PC에서도 나타난 점을 고려해보면 당일 시연이 아닌 킹크랩 ‘테스트’가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해당 휴대전화 기종인 LG 옵티머스 뷰2를 가지고 직접 실험을 해본 결과 휴대전화가 잠금화면이 돼도 로그 기록이 생성되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재판부는 특히 8시 23분 30초~53초 사이에 나타난 우 씨의 PC 로그 기록이 멈추는 현상에 주목했다. 바로 이 ‘23초’간 시연회장 옆에 있던 사무실에서 PC로 킹크랩을 가동하던 우 씨가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김 지사 앞에서 시연회가 끝난 해당 휴대전화를 받아왔다고 판단했다. 23초가 끝날 무렵에 휴대전화의 로그가 중단됐고, 이후 10여 초가 지난 뒤 PC의 로그도 중단됐다.

김 지사 측은 항소심 들어 닭갈비 포장 여부를 쟁점으로 부각했다. 2016년 11월 9일 오후 7시경 경기 파주시 느룹나무 출판사(일명 ‘산채’)에 도착한 후 1시간 동안 경공모 회원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는 것이다. 김 지사의 산채 방문 이후 1시간 동안 경공모 브리핑이 있었다는 특검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오후 7~8시 사이에 브리핑이 아닌 밥을 먹었다는 알리바이를 생성한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닭갈비) 포장과 식사 여부는 별개의 문제”라며 “객관적으로 8시대에 브리핑에 참석한 사람의 로그가 발견된 이상 8시대에는 (브리핑이 아닌) 킹크랩 시연이 있었다”는 취지로 김 지사 측 주장을 탄핵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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