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지휘’ 박순철 사의에 검찰 술렁 “사기꾼 한마디에…자괴감”

  • 뉴스1
  • 입력 2020년 10월 22일 15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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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 2020.10.22/뉴스1 © News1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 2020.10.22/뉴스1 © News1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기 사건 및 검사 접대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한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의 전격적인 사의 표명에 검찰 내부에서 안타깝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거듭된 수사지휘권 발동에도 잠잠했던 검찰 내부가 술렁이는 분위기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30분께까지 박 지검장이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라임 사태에 대한 입장’이라는 사의 표명 글엔 70개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A검사는 “던져주신 메시지를 가슴 깊이 새기고 살아가겠다”고 했고, B검사는 “정치인들은 무식해서든 알면서 악의적으로 일부러든, 항상 그래왔듯 정치인들 일을 하는 것이겠다. 검사장이 가르쳐주신대로 부끄러움 없이 검사 일 하겠다”는 다짐을 적었다.

C검사는 “사기꾼의 한 마디에 이런 소란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자괴감이 들 뿐”이라고 했고, D검사는 “계속 불을 때면 언젠가 물이 끓어넘치지 않겠나. 언젠가는 이 무도한 역사의 진실이 밝혀질 날이 올 것”이라고 응원했다.

사의를 만류하는 댓글도 줄을 이었다.

세월호 특수단장인 임관혁 서울고검 검사는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말이 최근처럼 절실하게 느껴진 적은 없다”며 사직의사를 거둬달라고 했다.

직전에 서울남부지검 공보관을 지낸 이영림 대전고검 검사는 “개인의 수인 한계와 검사란 직업인으로서의 한계를 넘어선 무리한 요구에 너무나 힘이 드셨을 것 같다”며 “사직의사는 거둬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박철완 안동지청장도 “검사장님이 잔을 피하시면 누군가는 받아야 하지 않겠나. 잔을 피하지 말아달라”고 적었다.

김후곤 서울북부지검장은 “평검사때부터 20여년간 봐왔기에 진정성을 믿는다. 정치검사가 아니란 것은 누구보다 잘 안다”며 “끝까지 임무를 완수해달라”고 했다.

박 지검장 글엔 라임 로비와 검사 접대 의혹을 수사 중인 남부지검 수사팀장인 김락현 형사6부장도 “수사 결과로 말씀드리겠다”는 댓글을 달았다.

전날(21일) 이프로스에 “궁예 관심법 수준”이라며 추 장관 수사지휘권 발동을 비판한 정희도 청주지검 부장검사의 글에도 박 지검장 사의 표명 뒤 윤 총장 응원 등 댓글이 줄줄이 달려 130여개에 달했다.

이영림 검사는 “한 사람의 그릇 크기는 빛나는 순간이 아니라 고통과 핍박의 순간 진정한 가늠이 되는 것 같다. 총장님은 결코 외롭지 않다”고 적었다. E검사도 “본인은 문자 보고가 있어도 무관, 총장은 ‘카더라’만 있어도 배제. 비상식에 함께 분노하고 아파하는 검사들이 많이 있다”고 추 장관을 에둘러 비판했다.

F검사는 “주인에게 꼬리 살랑거리며 아부하는 강아지보다 황금들판을 외롭게 조용히 지키고 서 있는 허수아비가 더 멋있다”며 “미력하나마 힘을 보탠다”고 했다.

다만 법무부는 수사 책임자인 박 지검장의 사의 표명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추 장관은 “중대한 시기 상급기관과 정치권으로부터 독립된 철저한 수사에 관한 책무와 권한을 부여받은 검사장이 사의를 표명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점 유감”이라며 곧 후속인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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