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과 나, 둘만의 보금자리가 생겼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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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犬友一家’ 임대주택
반려견 키우는 1인가구 입주 모집… 애견 욕조-뛰놀 인조잔디 등 마련
창조기업인 도전숙, 만화인 마을… 특색 있는 맞춤형 임대주택 잇따라

14일 서울 서대문구 견우일가 1층 커뮤니티실에서 반려인이 산책을 마친 반려견을 애견욕조에서 씻기고 있다. 욕조 왼쪽에는 반려견 배변처리기도 설치돼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14일 서울 서대문구 견우일가 1층 커뮤니티실에서 반려인이 산책을 마친 반려견을 애견욕조에서 씻기고 있다. 욕조 왼쪽에는 반려견 배변처리기도 설치돼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지하철 6호선 증산역에서 걸어서 10분가량 떨어진 주택가에는 ‘犬友一家(견우일가)’라는 글자가 쓰인 5층짜리 건물이 있다. ‘반려견을 매개로 한 가족처럼 사는 집’이라는 의미인데, 반려견을 기르는 만 19∼37세 1인 청년가구 12가구가 입주할 수 있는 서대문구의 ‘수요자 맞춤형 임대주택’이다.

서울 곳곳에서 이처럼 특색 있는 수요자 맞춤형 임대주택이 늘고 있다. 올 8월 기준 3799가구다. 국토교통부는 서울주택도시공사가 공급하는 공공주택 가운데 30%가량은 지자체장이 입주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15일부터 신청 접수를 시작한 견우일가는 체중 7kg 이하의 소형견으로 입주를 제한했다. 또 동물 등록, 광견병 등의 예방접종, 중성화 수술도 마쳐야 한다. 지원자의 소득과 재산 조회, 예비입주자 교육, 면접심사를 거쳐 입주자를 선정한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반려견을 기르는 데 어려움이 있는 청년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견우일가를 짓게 됐다”고 말했다.

견우일가 1층 커뮤니티실에는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반려견의 발을 닦을 수 있는 세족시설, 애견욕조, 배변처리기가 있다. 반려견이 대체로 소리에 예민하다는 특성을 고려해 초인종을 누르면 각 가구 인터폰에서는 소리 대신 불빛이 깜빡이도록 했다. 화장실 문에는 반려견이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펫도어를 설치했고, 빛에 민감한 반려견의 시력을 고려해 전등은 깜빡임이 없는 ‘플리커 프리 조명’으로 달았다. 4층 일부 공간과 옥상에는 인조잔디가 있어 반려견이 뛰어놀 수 있다.

성북구는 ‘도전숙’으로 유명하다. ‘도전하는 사람들의 숙소’라는 의미다. 성북구의 ‘1인 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에 입주했던 기업이 센터를 나가더라도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조성됐다.

도전숙에는 1인 창조기업인과 창업준비생이 입주할 수 있다. 건물에 회의실도 마련돼 있어 입주자끼리 정보를 교류하고 사업을 구상하며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2014년 21가구로 시작한 도전숙은 입주 수요가 많아지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214가구로 확대할 예정이다.

도봉구에는 맞춤형 임대주택으로 ‘만화인마을’이 있다. 만화영화 ‘아기공룡 둘리’의 배경이 도봉구 쌍문동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만화예술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그 가족이 입주할 수 있다. 11가구 규모로, 1층 커뮤니티시설에는 만화인들이 공동으로 작업하거나 회의를 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각 자치구의 사정과 사회적 수요를 반영한 임대주택이 들어서고 있다”며 “입지 여건과 주택 품질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애견#보금자리#서대문구#임대주택#반려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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