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犬友一家’ 임대주택
반려견 키우는 1인가구 입주 모집… 애견 욕조-뛰놀 인조잔디 등 마련
창조기업인 도전숙, 만화인 마을… 특색 있는 맞춤형 임대주택 잇따라
지하철 6호선 증산역에서 걸어서 10분가량 떨어진 주택가에는 ‘犬友一家(견우일가)’라는 글자가 쓰인 5층짜리 건물이 있다. ‘반려견을 매개로 한 가족처럼 사는 집’이라는 의미인데, 반려견을 기르는 만 19∼37세 1인 청년가구 12가구가 입주할 수 있는 서대문구의 ‘수요자 맞춤형 임대주택’이다.
서울 곳곳에서 이처럼 특색 있는 수요자 맞춤형 임대주택이 늘고 있다. 올 8월 기준 3799가구다. 국토교통부는 서울주택도시공사가 공급하는 공공주택 가운데 30%가량은 지자체장이 입주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15일부터 신청 접수를 시작한 견우일가는 체중 7kg 이하의 소형견으로 입주를 제한했다. 또 동물 등록, 광견병 등의 예방접종, 중성화 수술도 마쳐야 한다. 지원자의 소득과 재산 조회, 예비입주자 교육, 면접심사를 거쳐 입주자를 선정한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반려견을 기르는 데 어려움이 있는 청년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견우일가를 짓게 됐다”고 말했다.
견우일가 1층 커뮤니티실에는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반려견의 발을 닦을 수 있는 세족시설, 애견욕조, 배변처리기가 있다. 반려견이 대체로 소리에 예민하다는 특성을 고려해 초인종을 누르면 각 가구 인터폰에서는 소리 대신 불빛이 깜빡이도록 했다. 화장실 문에는 반려견이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펫도어를 설치했고, 빛에 민감한 반려견의 시력을 고려해 전등은 깜빡임이 없는 ‘플리커 프리 조명’으로 달았다. 4층 일부 공간과 옥상에는 인조잔디가 있어 반려견이 뛰어놀 수 있다.
성북구는 ‘도전숙’으로 유명하다. ‘도전하는 사람들의 숙소’라는 의미다. 성북구의 ‘1인 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에 입주했던 기업이 센터를 나가더라도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조성됐다.
도전숙에는 1인 창조기업인과 창업준비생이 입주할 수 있다. 건물에 회의실도 마련돼 있어 입주자끼리 정보를 교류하고 사업을 구상하며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2014년 21가구로 시작한 도전숙은 입주 수요가 많아지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214가구로 확대할 예정이다.
도봉구에는 맞춤형 임대주택으로 ‘만화인마을’이 있다. 만화영화 ‘아기공룡 둘리’의 배경이 도봉구 쌍문동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만화예술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그 가족이 입주할 수 있다. 11가구 규모로, 1층 커뮤니티시설에는 만화인들이 공동으로 작업하거나 회의를 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각 자치구의 사정과 사회적 수요를 반영한 임대주택이 들어서고 있다”며 “입지 여건과 주택 품질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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