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근 무죄 확정…서지현 검사 “검찰, 변하질 않는구나”

  • 뉴시스
  • 입력 2020년 10월 8일 09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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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썩은내 나는 모습 알리기 위해 폭로"
"변하지 않는 검찰과 세상에 고통스러웠다"

후배 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태근(54·사법연수원 20기)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무죄가 확정된 가운데, 사건 당사자인 서지현(47·사법연수원 33기) 검사는 검찰의 변하지 않는 모습이 고통스럽다며 계속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서 검사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재상고해 끝까지 갈 것이라는 검찰 쪽 이야기를 믿고 있었는데, 재상고 포기 기사를 인터넷으로 봤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 검사는 “검찰의 불의와 부조리가 너무 끔찍해 조용히 사표를 내고 육아에 전념하리라 마음을 먹었었다”면서도 “검찰의 썩은내 나는 모습을 국민에 알리고, 더 이상 후배들이 이런 꼴을 당하지 않을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것을 해 보자”는 심정으로 피해사실 폭로에 나섰다고 적었다.

폭로 이후 안 전 국장이 기소됐지만, 서 검사는 오히려 고통스러웠다고 주장했다.

서 검사는 “조직에서 부정당하고 음해당하며, 동료라 생각했던 이들의 계산적 외면을 직면한 쓰라림”과 “당연한 진실을 누구하나 말하지 않고 새빨간 거짓으로 진실을 덮어버리는 검찰과 사법농단과의 관련성을 떨쳐내기 어려운 법원의 우리나라 최고 엘리트들을 지켜봐야하는 참담함”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그런 고통보다 견디기 힘든 건 변하지 않는 검찰, 변하지 않는 세상을 지켜보고 있어야만 하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서 검사는 “미치도록 재판을 이기고 싶었다. 가해자를 망신 주거나 보복하려고가 아니라, 진실은 반드시 실현돼야 하고, 판결은 그런 것이어야 해서다”며 “그래서 피해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재상고포기 기사를 보고 울음이 터지지도 공황이 덮쳐오지도 않았다”며 “검찰이, 법원이, 정치가, 언론이 정의와 희망을 내어주지 않아도 스스로 상식적으로 판단하고 정의를 쟁취하고 희망을 놓지 않는 우리를 발견했다”고 했다.

끝으로 작고한 루스 긴즈버그 연방 대법관을 언급한 뒤 “90이 넘도록 살 자신은 없지만 평생 싸워는 봐야겠다”며 “그 끝에는 이번에 찾지 못한 정의와 더 나아진 세상이 있을 거라 믿는다”고 했다.

앞서 서 검사는 지난 2018년 1월 검찰 내부망에 안 전 국장으로부터 과거에 성추행 피해를 입고 인사상 불이익까지 받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고, 방송에 출연해 폭로했다. 이는 각계각층으로 번진 ‘미투’ 운동의 시발점이 됐다.

안 전 국장은 수사 끝에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과 2심은 안 전 국장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지난 1월 무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은 지난달 29일 무죄를 선고했고, 검찰은 재상고를 포기해 판결이 확정됐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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