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신음 예술인들에 희망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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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행사 무산 넉달간 266억 피해… 게릴라성 공연 대체 등 안간힘
市 긴급지원으로 겨우 버텨… 문화계 “재난상황 안전망 시급”

10년간 인디음악 분야에서 활동해온 A 씨(33)는 그동안 공연과 강연 등으로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공연은 50명 규모로 1번밖에 열 수 없었고, 4월까지 계획됐던 20차례의 강연은 모두 취소됐다.

A 씨는 “사실상 활동이 중단된 상황이어서 막막했다”며 “그나마 서울시로부터 긴급 창작지원금 1400만 원을 받아 다른 아티스트와 함께 장르를 결합한 예술공연을 유튜브 영상으로 선보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올 1∼4월 서울에서 코로나19로 취소되거나 연기된 예술행사는 1614건으로 피해 금액이 266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시회나 공연을 열기 위해 들어가는 최소 금액만 산정한 것이어서 실제 피해 금액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적으로는 2500여 건의 행사가 취소됐고, 피해액은 서울의 약 2배인 523억 원이다.

5월과 8월을 기점으로도 확진자가 크게 늘었던 만큼 예술계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문화재단이 2018년부터 해마다 5월 열었던 서울 서커스축제는 올해 제때 열리지 못했다. 가까스로 지난달 18일부터 4주간 ‘드라이브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공연 1회당 차량 30대만 입장할 수 있고, 각 차량에는 최대 3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올해 관람 가능 인원은 지난해 관람객 7만8000여 명의 1.5%인 1170명에 불과하다.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는 6월 24일부터 12일간 매일 오전 정부에서 발표하는 확진자 수에 따라 오프라인 공연 여부를 결정했다. 배우들은 매일 오전 리허설을 진행하고, 신규 확진자가 한 자릿수로 떨어지면 그날 오후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방식이다. 공연이 게릴라성으로 열리다 보니 관객 수도 크게 줄었다. 현장에서 단 한 차례도 열지 못한 공연은 촬영을 통해 온라인으로 선보였다.

재단 관계자는 “관객의 호응이 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그나마 재단의 지원을 받는 공연들은 최악의 상황은 면했겠지만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예술인들은 경제적인 타격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예술인들을 위해 서울시는 4월 65억 원을 투입해 긴급 지원에 나섰다.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한편 취소된 공연은 온라인으로 제작할 수 있도록 했다. 6월에는 추가로 50억 원을 들여 서울에 사무소를 둔 공연예술단체와 기획사에 공연제작비를 지원했다.

한시적인 지원을 넘어 재난 상황에 대비한 안전망을 구축해 예술인들이 생계유지와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비대면 공연예술의 전망과 과제’ 연구보고서를 통해 가칭 ‘서울시 예술인 재난기금’ 설치를 제안했다. △서울시 공연예술 위기 대응 매뉴얼 개발 및 운영 △비대면 공연 등을 대비해 예술인들에게 디지털기술 교육 제공 △공연예술 디지털플랫폼 구축 등도 제시했다.

백선혜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예술인 상당수가 건강보험과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 가입률이 낮은 데 반해 재난이 발생하면 정책 지원의 우선순위에서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다”며 “변화하는 창작 환경에 맞춰 제도를 정비하고 기반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코로나19#예술인#행사#무산#긴급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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