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귀성길 풍경… 고속도로 휴게소 3곳 가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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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실내좌석 사라져 테이크아웃 차안서 식사
이용객들 “불편해도 방역위해 감수해야죠”

“얼른 어묵만 사서 차로 왔어요. 먹고 곧장 출발하려고요.”

29일 오전 경기 이천시 덕평자연휴게소를 찾은 류모 씨는 휴게소에서 음식을 테이크아웃 해 차 안에서 남편과 나눠 먹었다. 인천에서 부산까지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해 휴게소를 몇 번 더 들러야 하지만 가급적 차에서 내리지 않기로 했다. 류 씨는 “차에서 음식을 나눠 먹으니 오붓하고 좋다”며 “귀성을 택한 만큼 방역에 어긋나는 행동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추석 귀성길 풍경도 바꿔놓았다. 한국도로공사는 추석 연휴를 앞둔 29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휴게소 방역강화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로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196개 휴게소에서 실내 음식 섭취가 금지됐다. 휴게소를 찾은 이용객은 구입한 음식을 차량 안이나 가림막이 설치된 외부 테이블에서 먹어야 한다.

방역강화대책 시행 첫날 동아일보가 찾은 이천시 덕평자연휴게소와 마장휴게소, 충남 당진시 행담도휴게소는 예년에 비해 한산했다. 휴게소마다 많게는 100여 대의 차량이 주차돼 있었지만 이용객 대부분이 차 안에 머물러 정작 눈에 보이는 이들은 적었다. 실내를 가득 채웠던 테이블과 의자는 푸드코트 한편으로 치워졌고, 수십 종에 달하던 메뉴도 국물 없이 포장이 쉬운 5, 6개로 간소화됐다.

외부 테이블마저 치워 버린 덕평자연휴게소는 편하게 앉아 식사할 공간마저 없었다. 이 때문에 이용객들은 쓰레기통 주변에 서서 옆 사람과 거리를 두고 음식을 먹기도 했다. 가족과 휴게소를 찾은 A 씨는 “뉴스로 보고 알고 있었지만 정말로 자리가 하나도 없을 줄은 몰랐다”며 서둘러 어묵과 떡볶이를 먹고 자리를 떴다.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다’는 직원의 안내를 받고 돌아선 김승수 씨(60)도 “불편하지만 감수할 수 있다. 장남이라 부모님이 걱정돼 귀성길에 나섰지만 방역 수칙만큼은 철저히 지킬 계획”이라며 컵라면만 사 들고 차로 돌아갔다.

마장휴게소는 푸드코트는 물론이고 화장실 앞에도 직원 1명을 두고 이용객들에게 출입명부를 쓰도록 했다. 일부 이용객은 화장실을 이용할 때 출입명부를 작성해야 하는지 몰라 그냥 지나치기도 했다. 이정필 마장휴게소장은 “화장실 출입명부 작성을 해보니 이용객들을 통제하기 어려워 30일부터 직원 1명을 더 배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행담도휴게소 푸드코트 입구에선 직원들이 수기 명부 대신에 ‘간편 전화 체크인’ 활용을 권장하고 있었다. 휴게소별로 부여된 가상 번호에 전화를 걸어 방문 기록을 남기는 방식이다. 행담도휴게소를 찾은 최모 씨(49·여)는 “수기 명부를 작성하며 정보 노출을 걱정했는데 전화는 1초 만에 끝나니까 편하고 안심된다”며 “여려 명이 동시에 체크인하다 보니 줄을 서지 않아도 돼 코로나19 감염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당진=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이천=유채연 인턴기자 연세대 철학과 4학년

이천=김윤이 인턴기자 연세대 계량위험관리학과 4학년
#코로나19#귀성길#풍경#고속도로#휴게소#실내좌석#테이크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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