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생명 주고… 하늘나라로 떠난 첫돌 아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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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 판정 서정민 군, 심장 등 기증… 부모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길”

심장 등 장기를 기증하고 하늘나라로 떠난 ‘천사’ 서정민 군. 이나래 씨 제공
심장 등 장기를 기증하고 하늘나라로 떠난 ‘천사’ 서정민 군. 이나래 씨 제공
“우리 정민이가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이달 겨우 첫돌을 맞은 유아가 불의의 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은 뒤 또래 어린이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지난해 9월 태어난 서정민 군은 올해 7월 사고로 경기 성남에 있는 분당차병원에 입원했다. 3개월가량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판정을 받았다. 16일 병상에서 첫돌을 맞았던 정민이는 장기를 기증키로 결정하고 26일 오후 장기와 조직 등의 적출 수술을 받았다. 모두 비슷한 나이대의 어린 환자들에게 기증될 예정이다.

정민이의 어머니 이나래 씨(28)는 2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애써 침착하려 하면서도 아이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목소리가 떨려왔다. 이 씨는 “정민이는 엄마가 힘들까 봐 잘 칭얼대지도 않고 낯도 안 가리는 착한 아이였다”며 “아직도 지금 상황이 현실 같지 않다. 사랑하는 아들을 떠나보냈지만 정민이의 희생으로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고마운 일”이라 말했다.

물론 가족들에게 장기 기증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한참을 고민하고 고민했다. 이 씨는 “우연히 이식만 받으면 살 수 있는 아이들이 적지 않단 얘기를 들었다. 그 아이들이 건강해져서 잘 뛰어놀면, 다른 방식이지만 정민이가 같은 하늘 아래서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 결심했다”고 말했다.

금쪽같은 아이를 보내며 이 씨는 세상에 작은 바람도 내비쳤다. 정민이로 인해 장기 기증에 대한 선입견의 벽이 낮아지길 기원했다. 이 씨는 “전문 의료인 등이 따뜻하게 도와주고 기증자와 가족에 대한 예우도 잘 갖춰져 있어 놀랐다”며 “장기 기증은 생명을 살리는 일인 만큼 거부감을 가지지 말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정민이는 한 살 위인 두 살배기 누나가 있다. 동생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라 하자 “하늘나라에서 행복해”라고 말했다 한다. 엄마는 “아픈 아이를 잘 돌봐준 병원의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며 “정민이가 모두에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훔쳤다.

성남=이경진 기자 lkj@donga.com
#서정민#뇌사#장기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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