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업무개시명령에 전공의·전임의 90% 사직서로 맞대응

  • 뉴시스
  • 입력 2020년 8월 27일 11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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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개시 명령 내리자 사직서 '배수진'
전공의 "행정 처분시 사직서 제출할 것"
정부·의료계 극한 대립에 환자들만 고통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정부의 4대 의료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총파업을 진행 중인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전임의(펠로)들이 27일 정부의 업무개시 명령에 ‘사직서 제출’로 맞대응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6일 수도권 전공의와 전임의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며 이에 불응시 ‘의사면허 취소’도 가능하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이에 전공의와 전임의들은 각 병원 단위별로 사직서를 모으는 한편 정부가 형사 고발이나 행정처분시 집단 사직서 제출을 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이 같이 의료정책을 둘러싼 정부와 의사들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환자들의 고통도 가중되고 있다.

주요 대형병원들은 많게는 최대 50%의 정규 수술을 연기하고 있고, 외래진료 축소, 신규환자의 입원 중단 등 진료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업무를 중단한 전공의 등을 대신해 의료 현장을 지키고 있는 교수들과 간호사 등의 피로감도 높아지고 있다.

◇“전공의 90% 이상 사직서 썼다”

전공의들을 대표하는 대한전공의협의회는 현재 전체 전공의의 90% 이상이 사직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전체 전공의 규모는 전국적으로 1만6000여명이다.

대전협 관계자는 “어제(26일) 보건복지부 관계자 상당수가 병원으로 와 업무개시 명령을 이행하고 있는지 점검했다”며 “업무개시 명령의 본질은 ‘너네 이 정도로 얘기해줬는데 안해? 그러면 의사 면허 뺐는다’ 였다”고 밝혔다.

이어 “전공의들은 이런 취급을 당할거면 병원을 그만두겠다, 이렇게는 일 못하겠다는 분위기가 많았다”며 “그런 의미에서 전국적으로 사직서를 쓰겠다는 전공의들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대전협은 정부가 업무개시 명령을 불이행한 전공의에게 행정처분을 가하거나 형사 고발시 단체로 사직서를 제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의료법에 따르면 업무개시 명령 불이행시 형사처벌(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 행정처분(1년 이하 면허정지, 금고이상 면허취소) 등의 제재가 가능하다.

대전협 관계자는 “아직까지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아니지만 법적 조치가 취해질 경우 단체로 사직서를 제출할 가능성이 있다”며 “일단 정부의 대응 상황을 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현 대전협 회장은 이날 대한의사협회 공식 유튜브 생방송에서 “나도 어제 업무개시 명령을 받았고, 사직서 작성을 마친 상태”라며 “앞으로 의료계가 어떻게 나아갈 지 젊은 의사들이 고민하고, 결정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사직서를 제출하는 전공의 및 전임의 규모에 대해 “서울아산병원이나 삼성서울병원도 그렇고 각 병원 단위별로 움직인 후 전체가 연합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며 “사직서 제출 인원은 증가 추세인데 정확히 추계하고 파악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전국 전임의 성명 “정책추진 반대” 사직서 제출키로
전임의의 경우 현재까지 전공의들에 비해 파업 참여율이 저조했다. 또 전체 전임의가 함께하는 마땅한 조직이 없어 파업 참여도 각 병원 단위별로 이뤄져왔다.

이에 비교적 파업 참여율이 높았던 서울대병원 전임의들을 중심으로 전국 80여개 병원 전임의들이 단체 행동을 준비 중이다.

이들은 ‘전국 전임의’ 명의로 성명서를 내고 “저희는 파업이 시작된 첫날부터 오늘까지 단 한번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료를 포함한 필수 진료 현장을 떠난 적이 없다”며 “그럼에도 정부는 저희를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불법시위를 저지르는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 건강과 대한민국의 의료체계가 망가질 것이 불 보듯 뻔한 이번 정부의 정책추진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며 사직서를 제출 한다”며 “현 사태로 인해 단 한 명이라도 부당한 처벌을 받게 된다면 더욱 더 뭉칠 것”이라고 선언했다.

사직서 제출을 준비 중인 서울대병원 전임의는 “사직서를 내겠다고 결의한 전임의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행동에 나설 것을 결의하고 있는 상황”라며 “향후 대전협, 대한의사협회 등과 함께 4대 정책 철회를 위해 함께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사직서 제출해도 업무개시 명령 불응으로 조치”

정부는 이날 전공의와 전임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업무개시 명령을 발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사직서 제출을 집단행위의 한 사례로 보고 있다”며 “사직서 제출인 경우에도 업무개시 명령을 발부할 수 있으며, 불응 시에 그에 따른 조치는 동일하게 진행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김현숙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판례에 따르면 집단 사직서 제출 행위를 단체행위로 인정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다른 유형의 집단휴진으로 볼 수 있다”며 “따라서 사직서를 제출하였을 경우에도 업무개시 명령은 할 수 있고, 불응한 것은 동일하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그리고 1년 이하의 자격정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날 업무개시 명령에 불응한 전공의와 전임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점검을 이어가는 한편 오후 늦게 이들에 대한 형사 고발에 나설 예정이다.

한편 정부와 의료계가 끝을 모르는 ‘치킨 게임’을 이어가면서 환자들의 불편은 가중되고 있다. 대형병원들은 많게는 50% 가량 정규수술을 연기하고 있고, 외래진료 축소, 신규환자 입원 중단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업무를 중단한 전공의와 전임의를 대신해 진료 현장을 지키고 있는 교수 및 간호사 등 의료진의 업무 피로도도 가중되고 있어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의료 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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