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최근 다시 급증하면서 향후 확산 추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가 적용되면서 관중이 사라진 프로 야구장의 모습. 동아일보 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최근 다시 급증하면서 23일부터 전국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로 격상됐습니다. 방역당국은 “지금의 심각한 확산세를 저지하지 못하면 지난번 대구경북에서의 경험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 닥쳐올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서영은 이런 추세가 언제까지 계속될까 궁금합니다.
서영: 엄마, 코로나19 증가세가 계속될까요?
엄마: 지난번 우리들의 노력으로 많이 줄었던 예가 있었잖아, 전문가들도 2차 대유행을 예견했었는데 다시 한번 사회적 거리 두기를 잘 지켜서 확산세를 줄여야겠지. 백신이 개발되어 많은 사람들이 접종을 마칠 때까지는 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으니 보건당국과 전문가의 지침을 따라 잘 행동해야 한단다.
서영: 코로나19와 관련한 데이터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런 데이터를 통해 확산세를 예측하는 건 가능하지요?
엄마: 여러 가지 변수가 있어서 단순하게 예측할 수는 없단다. 특히 어떤 데이터를 볼 때 ‘단순 증가’만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단다.
○직선에 따른 직관
[그림 1]은 세계 인구 중 0∼15세 아동 인구를 나타난 것입니다. 현재 20억 명이지요. 유엔이 예상하는 2100년의 수치는 몇일까요? 여러분은 A, B, C 중 어느 것을 고르겠습니까? 세 점선 중 하나가 유엔의 공식 예상치입니다.
자, 어떤 곡선을 선택했나요. 혹시 A 또는 B인가요? 많은 이들이 A 또는 B를 선택합니다. 인구가 계속 증가한다는 가정에서 그런 추측을 하게 되지요.
그러나 유엔의 전문가들은 2100년의 아동의 수도 오늘날과 같은 20억 명으로 예상하였습니다. 즉 선이 같은 방향으로 계속 증가하면서 이어지지 않을 거라 예상했습니다. 여기에는 출산율 감소, 열악한 지역의 아동 사망률과 같은 여러 가지 이유가 숨어 있습니다.
일정한 비율에 맞춰 변하는 ‘직선에 관한 직관’은 우리 생활에서 여러 가지 예측을 하는데 편리한 안내자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많은 사례는 직선에 관한 직관만이 해결책은 아닌 것도 많습니다.
직선 그래프에서 일정한 추세를 따라가던 선이 어느 지점에서 끝났을 때, 통상 그 진행 방향 그대로 연장하여 상상하는 것이 일반적이지요. 유엔 인구 그래프에서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계속 증가할 선을 상상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세상을 설명하는 다양한 선
인구의 증가, 바이러스의 확산, 그 밖의 다양한 상황에서 직선으로 보려는 경향을 억제하는 방법은 세상에는 여러 형태의 곡선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중고등학교에서 다양한 함수를 배우는 이유도 이러한 것이지요. 세상의 많은 것을 S자 형태, 미끄럼틀 형태, 낙타 혹 형태 등의 다양한 곡선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물론 직선 형태를 띠는 현상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림 2]는 세계 각국의 소득에 따른 기대 수명을 나타내는 도표입니다. 여기에 있는 동그라미들은 각 나라를 표시한 것입니다. 동그라미가 많이 모인 곳을 따라 선을 그으면 우상향 직선이 나옵니다. 어떤 동그라미는 선에 걸쳐 있고 어떤 동그라미는 선 밖에 있기도 하지만 대체로 직선을 따라 모여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그래프를 보면 소득과 기대수명이 직선의 관계를 보입니다. 즉 소득이 높으면 기대수명도 높은 경향성을 알 수 있습니다. 소득 수준을 교육, 결혼 연령, 여가 활동비 등과 비교해 봐도 직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소득 수준과 다른 변수를 비교해보면 어떨까요. 소득 수준과 예방 접종을 비교한 [그림 3]을 보면 S자 곡선을 볼 수 있습니다. 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1단계에서는 예방 접종 비율이 낮고 평평하다가 2단계에서는 빠르게 올라갑니다. 1단계를 넘어선 나라에서는 전체 인구가 예방 접종에 돈을 쓸 여유가 있기 때문에 급증하는 겁니다. 3단계와 4단계에서는 곡선이 다시 평평해집니다. 이미 그런 것을 다 갖추었다는 뜻입니다. 이때 곡선은 최대치가 되고 거기서 멈춥니다.
이와 같이 다양한 변수에 따라 미끄럼틀처럼 급락하는 곡선이나 낙타 혹처럼 치솟았다 다시 줄어드는 곡선 등으로 표현되는 현상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집에서 키우는 식물은 물을 잘 주면 잘 자랍니다. 그렇다고 해서 물을 쉴 새 없이 계속 준다면 꽃이 만개하고 열매가 주렁주렁 열릴까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식물은 물이 적어도 죽지만 너무 많아도 죽습니다. 중간 정도의 환경에서 생존율이 높은 것이지요. 식물에 주는 물과 성장 정도를 그래프로 나타내면 낙타 혹 같은 모양이 나오겠지요.
교통사고도 비슷한 모양을 나타냅니다. 차량 대수에 따라 1∼4단계로 나눴을 때 차가 가장 적은 1단계 나라는 교통사고도 적습니다. 2단계와 3단계에서는 일부는 걷고, 그 밖의 사람은 승합차, 오토바이, 자동차 등으로 다니기 시작해 교통사고가 급증하고 정점에 이릅니다. 그러다 차량이 가장 많은 4단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각자 차를 타고 다니고, 도로 및 교통 규제가 많아 교통사고가 줄어듭니다. 역시 낙타 혹 같은 그래프가 나오는 것이죠.
그 밖에 대장균이나 에볼라 바이러스처럼 2배씩 일정하게 증가하는 형태도 있습니다. 현상을 나타내는 선은 형태가 매우 다양합니다. 곧장 위로 향하는 것처럼 보이는 추세는 우상향 직선의 일부일 수도 있고, S자 곡선이나 낙타 혹 곡선 또는 2배씩 증가하는 곡선의 일부일 수도 있습니다. 또 아래로 향하는 것처럼 보이는 추세는 우하향 직선의 일부일 수도 있고, 미끄럼틀 곡선이나 낙타 혹 곡선의 일부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걸 나타내는 선이 어떤 형태인지 확실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선이 눈에 보이는 부분 너머로 어떻게 연장될지에 대해 지레 단정할 경우 잘못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자연현상이나 사회현상은 여러 요인에 의해 중간중간 변화할 수도 있습니다. 코로나19의 확산 추세 역시 다양한 변수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을 생각해보고 실천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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