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소송 9년만에 마침표… 대법 “정기상여금, 통상임금 포함”
노조의 ‘신의칙 위반’ 인정 안해… 재계 “막대한 시간외수당 부담”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이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0일 기아차 근로자 3194명이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통상임금은 수당이나 퇴직금 액수를 정하는 기준이다.
대법원은 1, 2심과 같이 기아차 근로자의 주장대로 매년 짝수 달과 명절에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13년 정기적으로(정기성) 모든 근로자에게(일률성) 미리 확정된 임금을 일한 시간에 따라(고정성)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한 것과 같다. 기아차 생산직 근로자들이 업무 도중 10∼15분씩 가졌던 휴게시간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으로 봐야 한다는 원심의 판단도 대법원은 그대로 인정했다.
기아차 측은 “통상임금을 인상해달라는 근로자들 요구는 회사와의 ‘신의성실 원칙(신의칙)’을 어긴 무리한 주장”이라고 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법에 규정된 ‘신의칙’은 상대방의 신뢰를 저버리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해선 안 된다는 원칙이다. 대법원은 1, 2심과 마찬가지로 회사 측이 통상임금 인상에 따른 추가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업에 일방적으로 막대한 규모의 추가적인 시간외수당을 부담하도록 했다. 치열한 경쟁 속 전략적으로 경영활동을 하는 기업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측면이 크다”고 비판했다.
앞서 기아차 근로자 2만7000여 명은 “정기상여금과 일비, 중식비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수당을 다시 책정해야 한다”며 2011년 10월 추가수당과 이자 등 1조926억여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정기상여금과 중식비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 사측이 근로자에게 3127억여 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항소심은 정기상여금만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면서 사측이 3125억여 원을 근로자에게 줘야 한다고 했다.
기아차 노사는 항소심 판결 직후 통상임금을 월평균 3만1000원 올리고 근로자 한 명당 1900여만 원의 수당을 추가로 지급하는 안에 합의했다. 합의하지 않은 3000여 명이 소송을 이어나갔다. 소송에서 이긴 근로자들에게 500억여 원의 추가 수당을 지급하게 될 것으로 기아차 측은 보고 있다.
고도예 yea@donga.com·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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