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숭숭’ 갑질금지법…‘乙 중의 乙’ 아파트경비원 보호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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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7월 19일 12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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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춘천시 요선동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과 입주민이 단지 내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2018.11.24/뉴스1 © News1
강원 춘천시 요선동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과 입주민이 단지 내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2018.11.24/뉴스1 © News1
서울 강북구 한 아파트 경비원이 주민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한 뒤 억울함을 호소하며 숨지자 가해자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청와대는 갑질 피해 신고센터 등을 통해 향후 유사 사례 발생시 엄정히 대처하겠다고 밝혔고, 지자체 차원의 대책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열악한 경비원들의 근본 처우 개선은 여전히 답보 상태여서 갑질 근절은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강북 A아파트 경비원 최모씨는 지난 5월10일 입주민의 폭언과 폭행을 견디다 못해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관련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되고 여론이 들끓자 경찰은 수사에 나섰고, 해당 주민은 구속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아파트 경비원 갑질 사건은 청와대 국민청원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청와대는 해당 청원에 대해 “수사와 재판 결과에 따라 상응하는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범정부 갑질 피해 신고센터에 피해사실을 신고하면 국토교통부와 경찰청, 고용노동부 등 소관 사항별로 관련 법령에 따라 적극 조치할 것”이라며 “피해를 신고한 분의 신원이 알려지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도 뒤늦게 제도화에 나섰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을 지난달 29일 대표 발의했다. 부당한 지시나 명령을 할 수 없는 금지조항을 비롯해 경비원들에게도 근로기준법의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과 산업안전보건법의 ‘감정노동자 보호’ 조항이 적용되도록 개선하는 내용이다.

지자체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6일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 심의위원회를 열고 경비원, 미화원 등 공동주택 관리노동자에 대한 폭언·폭행 등을 금지하는 내용을 공동주택 관리규약에 명시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서울 성북구 100여개 아파트단지 주민들은 ‘공동주택 근로자에 대한 갑질(괴롭힘) 방지’ 선언을 내고 성북구와 협력하겠다고 자진해 나서기도 했다. 다만 경기도와 서울 성북구의 이같은 자체 개선안은 법적 강제력이 없어 그 실효성은 담보할 수 없다.

지자체와 시민들의 자체 개선 노력과 정치권의 제도화 추진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법 자체의 맹점이 여전하고, 경비원 업무 자체에 대한 인식이 변하지 않는 한 갑질 고리를 끊기는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경비원은 감시단속직(감단직)에 속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야간근로수당이나 휴일·휴게·연장근로에 대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고 있다. 이를 빌미로 근무시간을 변칙적으로 짜 사실상 24시간 노동에 내몰리는 ‘꼼수’가 기승을 부린다.

근로기준법 적용 예외는 일자리 축소 우려와 맞닿아 있다. 경비원 처우를 개선하려면 더 많이 고용해야하는데 이는 추가 비용부담을 의미한다. 결국 무인화 등으로 경비원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 보다는 변칙 운영을 눈감는 선택을 한 셈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어중간한 태도 역시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여당이 이번에 내놓은 개정안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에 한해 부분적으로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도록 했을 뿐, 경비원의 근본 처우개선은 건드리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마저도 조항 대상자가 ‘사용자 또는 근로자’여서 입주민에게 벌칙을 적용할 수 없다는 맹점도 지적된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최로 지난달 열린 ‘아파트 경비노동자 고용안정과 권익보호를 위한 토론회’에서 전국아파트경비노동자공동사업단은 Δ단기근로계약 근절 Δ휴게시간 보장 규정 Δ직장내 괴롭힘 금지 조항 입주민 확대 적용 Δ교대제 개선 및 경비원·관리원 이원화 등을 강력히 촉구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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