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치는 불법, 배상해야” 항소심, ‘양승태 대법’ 판단 뒤집어

  • 뉴스1
  • 입력 2020년 7월 16일 10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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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3월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대법원 긴급조치 국가배상 판결 규탄 기자회견에서 민변 긴급조치 변호단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대법원의 긴급조치 국가배상 판결을 규탄한다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 News1
지난 2015년 3월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대법원 긴급조치 국가배상 판결 규탄 기자회견에서 민변 긴급조치 변호단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대법원의 긴급조치 국가배상 판결을 규탄한다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 News1
유신정권의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긴급조치가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항소심 첫 판단이 나왔다. 이는 2015년 긴급조치 발동을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고 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은 ‘양승태 대법원’의 판단과는 상반된 것이라 향후 대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고법 민사5부(부장판사 김형두 박원철 윤주탁)는 김모씨 등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총 3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 승소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김씨 등은 긴급조치 1호와 9호를 위반한 혐의로 기소돼 짧게는 173일, 길게는 372일간 구금됐었다. 김씨 등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2심 재판부는 “긴급조치는 발령 당시부터 체제에 대한 국민 저항을 탄압하기 위한 것”이라며 “(긴급조치)를 그대로 집행하고 적용한 일련의 공무집행행위들은 모두 인권존중, 권력남용금지 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돼 법질서 전체의 관점에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긴급조치 1·9호의 위헌성이 명백하고 기본권 침해의 정도가 심대한 점을 보면, 긴급조치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은 형식적 법령을 준수하고 있다고 인식하면서도, 동시에 위법한 침해행위 내지 손해 발생이라는 결과에 대해 용인 또는 묵인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긴급조치에 따른 불법행위는 공무원 개인의 행위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국가 조직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공무원은 교체 가능한 부품에 불과했다고 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경우 국가배상 책임 성립에 개별 공무원의 고의·과실을 엄격하게 요구한다면 국가가 국가 시스템을 통해 국민의 자유·권리를 침해한 조직적 불법행위에 대해 오히려 국가배상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부당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5년 대법원은 긴급조치 피해자 최모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긴급조치 9호 발령행위가 그 자체로서 국가배상법 2조 1항에서 말하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라고 판시했었다.

또 “대통령은 국가긴급권의 행사에 관해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대응해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다”며 “이러한 권력행사가 국민 개개인에 대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며 긴급조치가 고도의 정치행위라고 판단해 사실상 유신정권에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하급심에서는 긴급조치에 따른 불법행위는 인정하지 않으면서 수사과정에서 고문 등 불법행위만 인정될 경우에만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판례들이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긴급조치 발령 자체만으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함으로써 대법원이 기존 판례를 다시 바꿀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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