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앞에 고속도로 출구?”…‘민식이법’ 외면

  • 뉴시스
  • 입력 2020년 7월 2일 14시 12분


코멘트
대구시가 초등학교 인근에 도시고속도로 진출입부 건설을 재차 추진하고 있어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개정된 일명 ‘민식이법’ 이 시행된지 100여 일이 지났지만 정작 지자체와 기초단체가 이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대구시건설본부에 따르면 대구시는 교통정체 구역인 중부내륙고속도로 지선 남대구IC~성서IC 구간과 장기로를 연결하는 램프 설치를 2018년 6월부터 추진하고 있다.

달서구 장기동 일원에 사업비 66억여원(실시설계확정 전 기준)을 들여 길이 300m, 폭 7.5m 규모로 건설될 예정이다.

고속도로와 연결하는 램프를 설치해 교통체증을 완화시키고 인근 주민들의 이용 편의성도 높인다는 취지다.

지난해 7월 착수한 실시설계 용역은 오는 연말께 완료될 예정이다. 실시설계 인가와 보상 절차를 거쳐 본예산이 확보되는대로 빠르면 내년부터 공사가 시작된다.

램프 설치 예정지는 장기초등학교 정문과 불과 200여m 떨어져 있어 고속도로를 향하는 차량들은 어린이보호구역을 지나야 한다. 인근 주민들은 학생들의 안전사고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안전운전 의무 부주의로 인한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개정된 일명 ‘민식이법’은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지난 3월25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구역 내 차량 속도가 30㎞이하로 제한된다.

교통체증 해소를 위해 설치하는 램프가, 속도제한구간인 어린이보호구역을 지나면서 안전사고 우려와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사회적 이슈가 됐던 민식이법과 관련해 어린이안전사고를 대하는 대구시와 달서구청의 태도가 엿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근 주민들은 교통체증 해소를 위해 램프 건설이 불가피했더라도 지역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인근 램프 건설사업이 같은 이유로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결국 번복된 전례도 있어서다.

장기초 학부모 A씨는 “초등학교 정문 앞에 고속도로 진출입로를 내려고 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지난해 용산2동 성지초 앞에 건설하려던 것도 전면 취소된 적 있는데 또다시 추진하고 있다니 말문이 막힌다. 주위 상황을 몰랐을 리 없다. 탁상행정의 전형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기동 주민 B씨는 “평소 교통체증이 심각한 곳이어서 이용자들은 편리해 지겠지만 초등학교 앞 도로인데… 신중했어야 한다. 스쿨존 내에선 운전자도 조심스럽다. (통행)길 내자고 운전자나 어린이 등 보행자 모두가 위험해질수도 있을 것 같다. 다른 방안을 고민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앞서 대구시는 지난해 12월 달서구 용산2동 성지초등학교 앞 도로에 고속도로와 연결하는 램프를 설치하려다 주민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쳐 무산된 바 있다.

램프 설치 예정지역이 왕복 2차선 도로로 아파트 밀집구역인데다 초등학교와 불과 100여m 떨어진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주민들의 반발이 거셌다.

이와 관련해 대구시는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시건설본부 관계자는 “인근에 초등학교가 있어 속도도 제한되고 (안전성 등)문제될 것이 없다고 판단해 추진하고 있다. 연결램프로서 속도를 낼 수 있는 구간도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주민들이 반대할만한 환경적인 부분은 실시설계때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전사고를 우려한 보행 환경 대책으로는, “보행도로 설치 등 별도의 보완책은 아직 예정에 없다”고 답했다.

시는 공청회로 주민에게 사업설명을 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사태로 무기한 연기됐다. 지난해 열린 주민설명회에서는 주민들이 고성으로 강하게 항의한 탓에 설득에 실패했다.

관할 기초자치단체인 달서구청은 “우리 구청과는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시가 추진하는 사업이므로 구청 소관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구청 관계자는 “교통 정체로 도로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하고 있다. 인근 주민들의 피해가 없도록 시에 요청하는 것 외에 구청이 별도로 의견 낼 사안은 아니다”고 했다.

달서구청은 아동친화적 환경 조성을 위해 아동친화도시 4개년 추진 전략사업 계획수립과 함께 유니세프의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앞두고 있다.

[대구=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