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볼턴 회고록에 담긴 ‘백악관의 민낯’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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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사진)의 회고록이 연일 화제입니다. 볼턴은 미국 내 대표적인 매파(보수 강경파)입니다. ‘그 일이 일어난 방’이라는 제목의 책은 발간일이 23일이지만 이미 그 전부터 인터넷판이 유출돼 일부가 많은 언론을 통해 보도됐습니다.

이 책은 2018년 4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볼턴이 백악관의 민낯을 여과 없이 폭로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볼턴의 책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재선 승리 지원을 간청했다는 내용,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뒷이야기 등 매우 민감한 내용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책은 17일 사전 예약 판매를 통해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과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정상회담 모두 성과 없이 끝난 가운데 당시 협상의 주역 중 한 명이 쓴 책이다 보니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볼턴은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으로부터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50억 달러를 받지 못하면 미군을 철수하라고 압박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미 정상회담과 한반도 종전 선언 추진은 북한의 계획이 아니라 한국의 아이디어였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하노이 2차 정상회담 결렬 이후 지난해 9월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을 경질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핵 협상이 진전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북-미 간 핵 협상의 실타래는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유엔의 대북 제재와 연동되는 남북 관계도 교착 국면에 빠진 지 오랩니다. 최근에는 북한이 개성에 있는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급속히 남북 관계가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는 한반도 정세를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미국 육군사관학교 졸업식에 참석해 “우리는 세계의 경찰이 아니다”라며 “먼 나라의 오래된 분쟁을 해결하는 것은 미군의 책무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은 세계 각지의 미군 철수 계획을 구체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볼턴의 회고록에 대해 미국 법무부는 16일 기밀 누설 등을 이유로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출판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워싱턴DC 연방법원은 이를 기각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법원의 판결 이후 “나는 그것이 훌륭한 판결이었다고 생각한다. 책은 이미 유출됐고, 그는 기밀을 누설했다. 그는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6월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으로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의 실무자로 임했던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당신이 아는 것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다. 정확한 것은 더욱 아니다. 자신이 아는 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는 착각과 오만에서 벗어나길 바란다”며 볼턴을 향해 돌직구를 날렸습니다.

남북 관계 및 북-미 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볼턴의 회고록이 가져올 파문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6·25전쟁 70주년을 앞두고 한반도 평화의 길에 드리워진 짙은 안개가 걷히기를 바라는 마음은 더욱 커집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
#존 볼턴#회고록#백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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