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사건/단독]“고위직 정치인 비자금 ‘창고’ 관리자인데…투자금 100억 불려줄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4일 20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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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직 정치인의 비자금 ‘창고’를 관리하는 사람입니다.”

2018년 9월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 커피숍. 남성 A 씨(55)는 건너편에 앉은 남성 B 씨(68)에게 자신을 ‘관리자’라 소개했다. 고위직 정치인이 빼돌린 달러와 엔화, 금괴와 채권 등을 모처의 비밀 창고에 두루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B 씨는 처음에는 믿기 힘들어했지만, A 씨의 화려한 언변에 깜박 넘어갔다고 한다.

A 씨는 “1억 원을 투자하면 100억 원으로 불려서 돌려주겠다”며 B 씨를 설득했다.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는 투자’라고도 했다. 이날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약 15개월간 B 씨는 88번에 걸쳐 1억2000만 원을 B 씨에게 건넸다.

올해 3월 말 인천 계양경찰서는 A 씨의 사기 행각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약 2개월간 쫓은 끝에 지난달 26일 부평구에 있는 한 모텔에서 그를 체포했다. A 씨는 지난달 28일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계양서는 여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A 씨가 비슷한 수법으로 여러 명에게 2억5000만 원을 가로채 다른 경찰서도 조사 중인 것을 알게 됐다. 사기를 당한 피해자 가운데는 변호사도 있었다. A 씨는 서울과 경기, 인천 일대를 돌아다니며 상습적으로 사기를 저질러왔다.

A 씨는 특정경제 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로 징역형을 살고 나왔던 전력도 밝혀졌다. 이는 거둬들인 수익이 5억 원 이상일 때 적용된다.

한성희 기자 che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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