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지자체 의기투합… 대구 남구 신규환자 41일째 ‘0’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코로나19 발생, 그 후 100일…
신천지 교인 직접 찾아가 검체검사
선별진료소, 드라이브스루로 전환
자가격리 주민 중 이탈자는 단 1명… 초기 발빠른 대처 대규모 확산 막아

지난달 25일 대구 남구 대명중학교의 한 교실 안에서 조재구 남구청장(오른쪽)을 비롯한 남구 특별방역단 단원들이 방역 작업을 했다. 대구 남구 제공
지난달 25일 대구 남구 대명중학교의 한 교실 안에서 조재구 남구청장(오른쪽)을 비롯한 남구 특별방역단 단원들이 방역 작업을 했다. 대구 남구 제공
1일 대구 남구 대명동 관문시장 상인인 옥윤진 씨(46)는 바쁜 손길로 식료품을 정리했다. 며칠 전까진 꿈도 꾸지 못했던 일상이다. 옥 씨는 “지난 3개월은 정말 악몽 같았다”며 고개를 저었다.

관문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신천지예수교 대구교회와 800여 m 떨어져 있다. 최근까지도 인적이 없어 스산했을 정도다. 옥 씨는 3, 4월 두 달간 가게 문을 닫았다.

희망의 봄꽃은 4월 중순부터 피어났다. 남구에서 더 이상 코로나19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다. 옥 씨는 “매출이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손님들 발길이 이어지면서 모처럼 활기가 돌고 있다. 이웃 상인 모두 이제 다시 내일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대구 남구가 일상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1일까지 남구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는 1361명이다. 이날 전국 확진자 1만1503명의 11.83%, 대구 확진자 6884명의 19.77%다. 대구 확진자 5명 가운데 1명은 남구 주민인 셈이다.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 대부분이 남구 대명동 일대에 거주하는 영향이 컸다.

남구는 2015년에도 소속 공무원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감염돼 곤욕을 치렀다. 당시 지자체와 주민들이 의기투합해 추가 감염 없이 위기를 극복했다. 이 경험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침착하게 대응하는 힘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구는 정부에 현장과 맞지 않는 매뉴얼과 법률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도 적극 건의했다. 고령인 데다 기저질환이 있는 자가 격리자들이 대리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한때 2700명이 넘던 자가 격리자들이 제때 필요한 약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밀폐된 군용 텐트에서 진단 검사를 받던 방식을 드라이브스루 또는 워킹스루 방식으로 매뉴얼을 바꾸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사태 초기에 신천지 교인들이 신분 노출을 꺼려해 진단 검사를 받지 않았지만, 대상자를 찾아나서는 적극적인 행정으로 해결했다. 손정학 남구보건소 보건행정과장은 “보건복지부에 지역 사정을 알렸고, 남구는 직접 교인들의 거주지를 찾아가 검사하는 방식을 도입했다”고 전했다.

남구는 지역 사회복지시설 56곳을 전수 조사하는 과정에서 확진자 8명을 조기 발견해 추가 확산을 막기도 했다. 주민들의 불안감을 줄이고 심리 방역을 확산시키기 위해 전체 무료 진단 검사도 실시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남구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은 4월 21일 이후 41일째 발생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병원 치료를 받던 마지막 환자가 완치 판정을 받고 귀가했다.

남구와 주민들은 지금도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남구는 지난달 중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혁신 전담부서를 구성했다. 직원 20명이 정기 토론을 갖고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하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공무원과 주민 128명으로 구성한 특별방역단은 정기적으로 지역의 다중이용시설을 방역 소독하고 있다. 조재구 남구청장은 “남구가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있는 모습을 하나씩 정리하고 있다. 전국적인 방역 모델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코로나19 극복#대구 신규환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