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후배가 거부감을 표시하는데도 상사가 성적인 농담 등을 계속 하는 것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성폭력처벌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기소된 A 씨(40)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1일 밝혔다.
A 씨는 한 업체 과장으로 근무하던 2016년 같은 팀에 속한 여성 신입사원 B 씨를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사무실에서 B 씨의 머리카락을 만지면서 “여기를 만져도 느낌이 오냐”고 묻는 등 B 씨에게 성적인 농담을 일삼았다. 컴퓨터로 B 씨에게 성인물 동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B 씨가 거부감을 보이며 항의하자 퇴근시간 직전에 일을 맡겨 야근을 하게 만들기도 했다.
1, 2심 법원은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 씨가 업무를 지시하는 위치에 있긴 했지만 경력사원으로 B 씨보다 2개월 먼저 입사한 정도여서 영향력이 커 보이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2심 재판부도 회사 분위기나 인간관계를 볼 때 위계질서가 강한 조직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 B 씨가 상사인 A 씨를 상대로 장난을 치기도 한 점 등을 들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을 달랐다. 대법원은 “피해자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는 공소사실과 같은 언동은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할 뿐 아니라 일반인의 입장에서도 추행으로 평가할 만하다”며 “A 씨는 자신의 보호와 감독을 받은 B 씨를 위력으로 추행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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