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센터 소독뒤에도… 노트북-키보드-마우스서 바이러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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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확산 비상]허술한 방역실태 속속 드러나

“직원들이 재고 현황을 입력하기 위해 층마다 3, 4대씩 있는 노트북을 사용했다. 장갑을 끼지 않은 맨손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경기 부천시 쿠팡 물류센터 직원 조모 씨(19)는 29일 이렇게 말했다. 최초 확진자가 발생한 지 나흘 만인 27일 시작된 방역당국의 환경 조사에서 노트북컴퓨터 등 여러 물품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그만큼 바이러스가 넓게 퍼졌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확진자 발생 후 소독까지 했는데도 바이러스가 여전히 남아있자 ‘택배 감염’을 걱정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 물류센터 직원들 “방역 관리 허술”
29일 쿠팡 물류센터발 확진자는 오후 11시 기준 106명까지 늘었다. 첫 환자 발생 후 6일 만이다. 거주지별로는 경기 46명, 인천 41명, 서울 19명이다.

집단 감염 발생 후 이뤄진 현장 조사 결과도 공개됐다. 이희영 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책단 공동단장은 “공용 안전모와 2층 포장 작업장 내 작업용 PC에서 바이러스 양성 결과가 나왔다”며 “확진자 발생 후 시행한 회사의 소독 조치 이후에도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는 27일 오후 3시부터 작업장, 휴게실, 남녀 라커룸 등 전 구역에서 채취한 67건의 환경검체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작업용 노트북컴퓨터 외에도 키보드, 마우스에서도 바이러스가 나왔다. 이 단장은 “하나하나 찌꺼기까지 닦지 않으면 바이러스가 남아 있을 수 있다”며 “바이러스가 남아 있다고 해서 전파 위험성이 높다고 명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소독이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남아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택배 물품의 안전성을 걱정하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쿠팡 측의 방역 관리가 허술했다는 직원들의 증언은 계속됐다. 신선식품 파트에서 25일까지 일한 한 직원은 “방한복과 안전모, 신발을 공용으로 돌려 썼다. 안 그래도 찝찝했는데 일이 터졌다”고 했다. 냉장·냉동 물류창고에서 일한 한 직원은 “냉동 물류창고는 온도 유지를 위해 환기도 하지 않았고, 추운 곳에서 일하다 보니 늘 콧물이 나서 이게 코로나19 증상인지 알 수조차 없었다”고 했다. 쿠팡 측 관계자는 “신선센터에서 방한복 등을 공용으로 사용한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 일상 속 공간 파고드는 코로나19
이날 경기 광주시 행복한요양원 입소자와 요양보호사 등 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요양원 관련 확진자는 5명으로 늘었다. 또 서울 성동구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60대 남성은 증상을 보인 뒤 열흘간 성수2가3동 ‘명가닭한마리’ 식당에서 매일 12시간씩 근무했다. 이 남성은 18일부터 증상이 나타났는데 검사를 받지 않았다.

이처럼 수도권 집단 감염은 클럽 및 주점, 노래방, 종교시설, 식당, 사업장, 학원 등 점점 일상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동안 지역 감염자 중 수도권 거주자가 88.4%에 이른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연휴 이후 산발적인 소규모 유행이 상당히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감염원을 모두 추적하고 찾아내는 데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언제든 사회적 거리 두기로 강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 본부장은 “2주일을 지켜보고 강화하는 건 너무 늦다. 유행의 전파 속도, 규모 등을 다각적으로 보고 신속히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홍석호 / 수원=이경진 기자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쿠팡 물류센터#집단 감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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