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짜리 들다 허리 ‘삐끗’…지자체들, 100ℓ 쓰레기봉투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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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5월 4일 11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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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종량제 봉투 100리터 © 뉴스1
쓰레기종량제 봉투 100리터 © 뉴스1
“시민들이 쓰레기 봉투값 아낀다고 꽉 채워 넣다보니 봉투 무게가 상당해요. 혼자서 들기엔 버거운 무게 입니다”

경기 부천시에서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는 A씨는 100ℓ 쓰레기 봉투를 볼때면 한숨부터 나온다고 했다.

직업상 쓰레기 봉투를 치워야 하는게 맞지만, 시민들이 봉투값을 절약한다는 이유로 100ℓ 종량제 봉투가 터질정도로 꽉꽉 담아서 배출하는 바람에 그 무게를 감당하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100ℓ 짜리 쓰레기 봉투에 담을 수 있는 무게는 25㎏이지만, 눌러서 담을 경우 30~40㎏까지 늘어나, 환경미화원들의 근골격계와 척추 질환을 유발하는 등 환경미화원의 건강을 위협하는게 현실이다.

환경미화원들은 이 무거운 100ℓ짜리 쓰레기 봉투를 청소차량에 실을 때 허리와 어깨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환경미화원 A씨는 “100ℓ짜리 쓰레기 봉투를 수십여개 들고나면 팔에 힘이 쫙 빠진다”며 “힘이 들지만 어쩔수 없이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100ℓ짜리는 용량이 커서 무거운 쓰레기도 많이 담을 수 있다”며 “무게가 무거워 들때 깨진 유리병, 날카로운 물건들이 비닐 밖으로 삐져나와 다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환경미화원 B씨는 “100ℓ짜리에는 25㎏정도가 적당한데, 사용자가 그렇게 담지는 않을 것이고, 제도적으로 100ℓ짜리를 생산하지 않는게 현실적이다”고 말했다.

4일 경기 부천시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 부천시의 일반용 쓰레기 봉투 판매량은 1000만매로 금액은 75억원에 달한다.

이중 100ℓ짜리 봉투는 100만매(10.6%), 29억원어치가 팔렸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안전사고 재해를 당한 환경미화원 1822명 중 어깨와 허리 부상이 15%(274명)를 차지한다.

100ℓ짜리 쓰레기종량제 봉투의 문제점을 파악한 경기 부천시는 최근 ‘부천시 폐기물 관리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통과 시켰다.

조례안에는100ℓ짜리 종량제 봉투 생산을 중단하고 75ℓ짜리 종량제 봉투를 신규로 제작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부천시 관계자는 “환경 미화원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100ℓ 종량제 봉투가 소진되면 제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천시의회 정재현 행정복지위원장은 “노동자의 건강을 생각하는 마음이 잘 반영된 조례”라며 “험한일을 하는 우리 환경미화원을 생각하는 조례라 애정이 가고 의원 모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경기도 31개 시·군 중 100ℓ짜리 종량제 봉투 제작 및 판매 금지를 결정한 지자체는 의정부, 고양, 성남, 부천시 뿐이다.

(부천=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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