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배달 많아지더니…도심에 ‘20m 일회용품 쓰레기산’

  • 뉴스1
  • 입력 2020년 4월 23일 15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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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과 음식 배달 같은 비대면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8일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 재활용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2020.4.8 ©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과 음식 배달 같은 비대면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8일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 재활용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2020.4.8 © News1
서울 한 자치구 내 재활용선별장. 처리장 내부를 꽉 채우고도 남은 쓰레기들이 건물 바깥으로 빠져나와 거대한 쓰레기 산을 이루고 있었다.

높이가 족히 20m 넘어 보이는 쓰레기 산 옆으로는 5~6개의 쓰레기 더미가 봉우리를 이뤄 나란히 쌓여 있다. 각종 비닐부터 생활 집기, 음식을 담았던 흔적이 역력한 플라스틱 용기가 한 데 뒤엉킨 모습이었다.

시설 관계자는 “건물 바깥까지 쓰레기가 흘러넘치진 않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쓰레기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선별장에서는 주민들이 1차로 분리수거 한 것을 캔, 병, 옷, 파지, 소각용 등으로 다시 분류하는 작업을 벌이는데 최근 들어 포장·배달 음식 용기 등 일회용품이 부쩍 증가했다.

일반주택 등에서 쓰레기를 수거하는 업체의 관계자는 “재활용 쓰레기가 많이 늘었는데 음식물 포장용기가 유독 많다”며 “외식이 줄어서 그런지 음식물쓰레기 양은 줄어들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쇼핑과 배달음식 등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덩달아 일회용품을 비롯한 재활용 쓰레기가 급증하는 모양새다. 커피 전문점의 일회용컵 사용이 일시적으로 허용된 점도 일회용품 증가를 부추겼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2~3월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나온 재활용 쓰레기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가량 늘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택배 박스, 일회용품, 배달 용기 등 재활용 쓰레기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매립이나 소각이 가능한 생활폐기물은 상대적으로 줄었다. 올해 2~3월 생활폐기물 반입량은 17만3239.5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만952톤에서 2287톤가량 줄었다. 생활폐기물 반입량은 수도권매립지, 자원회수시설에 반입되는 종량제봉투 반입량을 뜻한다.

재활용 쓰레기 급증을 두고 일각에선 재활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쓰레기 대란’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재활용품 수출이 감소하고 가격 하락이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전반적인 생산과 소비가 위축되고 유가 하락으로 재생원료 수요가 억눌렸다”며 “쓰레기는 자꾸 늘어나는데 재생원료 가격이 떨어지면서 재활용 업체 경영이 악화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짚었다.

재활용 시장에 충격이 예상되자 환경부는 폐플라스틱 공공비축을 착수하고 가격연동제를 적용한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배달음식, 온라인 쇼핑 등 비대면 소비가 꾸준히 늘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쓰레기 분리 시 개인의 노력과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재활용 쓰레기가 재가공이 되려면 재가공 될 수 있도록 올바른 분리수거 습관이 중요하다”며 “플라스틱 용기를 배출할 땐 잘 씻어서 이물질을 제거하거나 라벨을 떼고 뚜껑을 분리하면 재활용이 훨씬 용이해진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지금은 안전과 위생을 위해 방역 당국 방침에 따라 일회용품을 쓸 수 밖에 없다”면서도 “이후 코로나19 사태를 복기하면서 전염병 사태가 발생했을 때 일회용품 사용 제도를 어떤 식으로 재정비할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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