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꽃시장 지하상가가 한산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졸업식과 입학식 등 각종 행사가 취소되거나 축소되면서 화훼농가와 관련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각종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꽃집을 운영하는 상인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상인들은 지난해 봄과 비교하면 매출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며 생계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6일 오전 취재진이 찾아간 서울 중구 남대문 꽃 도매상가에는 꽃을 사러 온 손님을 보기 힘들었다. 일부 꽃집은 아예 문을 닫았고 손님이 없는 상가 복도에는 손질하다 남은 꽃이 버려져 있기도 했다.
각종 행사와 모임이 집중되는 봄철은 꽃 수요가 대거 늘어나는 시기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사태가 터진 이후 꽃 수요가 크게 줄면서 판매업체가 직격탄을 맞았다.
2~3월 입학식과 졸업식이 줄줄이 취소된 데 이어 결혼식 등 각종 행사나 모임이 연기 혹은 약식으로 진행되면서 꽃을 찾는 사람들이 대폭 줄었다.
은퇴 후 아내와 함께 30년째 꽃장사를 했다는 한모씨(84)는 코로나19 이후 가게 사정이 어떠냐는 질문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한씨는 “지난해 봄과 비교하면 매출이 반은 줄었다”며 “원래 봄에는 꽃이 많이 팔리는데 각종 모임이나 행사가 줄어들면서 그 여파를 고스란히 맞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 성당에서도 예배나 미사에 쓸 꽃을 사러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종교 모임도 줄면서 이제는 그마저도 끊겼다”고 토로했다.
시들면 가치를 잃어버리는 상품 특성상 재고가 빨리 소진돼야 하지만 찾는 손님이 줄어들어 버리는 꽃도 많아졌다.
한씨는 “화훼단지랑 계약을 맺고 꽃을 가져오는데 원래 100단을 가져왔다면 요즘엔 50단밖에 안팔린다. 버리는 것이 많아 화훼단지에서 50단만 가져오지만 계약 때문에 계속 100단치 돈을 내야 한다”며 “우리 쪽이 계속 손해를 보는 셈”이라고 말했다.
인근 가게 사정도 마찬가지다. 화분 식물을 판매하는 박모씨(67)는 기자가 손님인 줄 알고 기뻐하다 취재를 하러 왔다고 밝히자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박씨는 “원래 지금 이때가 가장 잘 팔리는 시기다. 봄에 한철 장사하고 1년 먹고 산다는 말도 나오는데 사람이 너무 없다”며 “매출은 반토막이 났다”고 말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각종 기념일이 끼어 있는 5월이 다가오고 있지만 상인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민모씨(57)는 “5월을 앞두고 2~3개월 전부터 예약 전화가 수시로 오는데 예전에 하루에 10통 왔다면 요즘은 3통도 안온다”며 “우리 가게에는 웨딩 부케를 찾는 손님도 많이 오는데 부케를 찾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린 그래도 필요한 만큼 꽃을 사오니까 괜찮은데 생화 도매는 하루에 아예 팔지 못하는 분들도 있다고 하더라. 현금이 돌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생화 도매상인 민모씨(61)는 “오전 11시가 넘었는데도 아직 장미 2단 밖에 못팔았다. 원래 이 시간이 되면 다 팔아야 정상”이라며 “못 팔면 다 폐기처분 해야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행사가 많은 5월이 다가오지만 상인들은 미래에 대한 기대를 일찌감치 접은 모습이다. 민씨는 “다음 달에 스승의 날, 어버이날이 있어도 상황은 좋아지지 않을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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