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항공편 없어… ‘코로나 생이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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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항중단 속출에 해외체류객 비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항공편 및 노선 운영 중단 속출로 항공편을 구하지 못해 귀국 일정에 차질을 빚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미 국적기 10대 중 7대가 날개를 접은 데다 앞으로 추가적인 운항 축소 조치가 나올 수 있어 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호찌민에서 중소기업 주재원으로 근무하는 A 씨 가족은 이산가족 상태다. 남편이 한국에 잠시 들어가 있는 사이 베트남을 오가는 항공편이 사실상 사라진 것이다. A 씨는 다른 도시를 경유하면 귀국할 수 있지만, 경유지에서 어떤 돌발 상황이 벌어질지 몰라 일단 호찌민에 남기로 했다. A 씨는 “실시간으로 나라별 입국 제한 규정이 바뀌고, 환승 규정도 바뀌고 있어 혼란스럽다”며 “자칫 국제 미아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 남은 체류객들은 온라인 대화방을 통해 실시간으로 ‘귀국하는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베트남 주재원들이 모인 대화방에서는 12일까지만 해도 말레이시아를 거쳐 들어가는 방법이 가장 좋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13일 말레이시아가 한국인 환승객까지 입국을 거부하면서 대안이 사라졌다. 베트남에 거주 중인 방모 씨는 “출국이 늦어지다 비자가 만료되는 사람도 있고, 환승을 거부당했다는 사람도 있다”면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까지 고민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전했다.

온라인 여행 관련 카페 등에도 항공기 운항 중단으로 인한 각종 사연을 쉽게 볼 수 있다. 10일 뉴질랜드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려던 B 씨는 인천 직항편이 취소돼 난감했다. 해당 항공사의 고객센터로 전화를 했지만 1시간이 넘도록 먹통이었다. 참다못해 현지 오프라인 고객센터로 찾아갔더니 비슷한 처지의 고객 20여 명이 상담 대기 중이었다. B 씨는 결국 태국을 거쳐 입국하는 대체편으로 나흘이나 지난 14일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어머니와 함께 유럽 여행 중이던 C 씨는 18일 헝가리에서 핀란드 헬싱키를 경유해 귀국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헬싱키∼인천 구간이 끊겼다는 소식을 듣고 여행을 도중에 포기하고 오스트리아에서 인천으로 오기로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직항이 취소되면서 11시간이면 오는 거리를 중동 국가를 거쳐 17시간이 넘게 걸려 한국에 들어올 수 있었다.

이미 노선의 80%를 줄인 국내 항공사들은 앞으로 추가로 노선을 줄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코로나19로 한국발 항공기의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가 늘고 있고, 운항을 할 수 있는 곳도 여객 수요가 줄어 운항을 중단 또는 축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6일 동아일보가 항공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국적 항공사의 1편당 탑승객 수는 119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181명) 62명 정도 줄어들었다. 항공사로서는 비행기를 띄울수록 손해인 셈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 유럽 및 중동, 미국의 외항사들도 운항을 더 줄일 것으로 보여 외항사 이용 기회도 더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변종국 bjk@donga.com·김도형 기자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항공편 축소#체류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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